사진=JTB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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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시렵니까”라는 유행어와 콩트로 기억되는 1990년대의 신동엽은 2013년 누구보다 눈부시게 자신의 새 시대를 다시 열어젖혔다. 지난해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을 넘나들며 그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무려 14개에 달한다. 현재도 그는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불후의 명곡’을 비롯 JTBC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가제, 1월 방송)와 ‘마녀사냥’, Mnet ‘비틀즈 코드3D’, 채널A ‘이영돈 신동엽 젠틀맨’, tvN ‘SNL코리아’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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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섹드립(야한 농담을 뜻하는 말)에 능한 신동엽은 케이블과 종편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보다 유연해진 방송계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받아들여졌다. 대중과 함께 쌓아온 오랜 시간에서 오는 호감이나 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불쾌할 수 있는 성적 농담을 적정선 안에서 펼쳐내는 능력은 본능에 가깝다.

그렇게 201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신동엽은 그 비결을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섹드립 등의 유머를 선보일 때는 많은 시행착오 속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입니다. 주목받고 싶다거나 이슈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불쾌해질 수 있거든요.”

신동엽은 20대 초반 이미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파악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그가 본격적인 판을 벌일 만한 프로그램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과거 국내 예능 프로그램은 정치, 종교, 성(性)과 관련된 소재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다루고 거의 금기시했어요. 개그맨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어요. 반면 그 시절 드라마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외국에서도 이미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영역이었어요. 아쉬운 마음에 20대 초반부터 차츰차츰 나름의 시도를 해왔어요. 1990년대에는 라디오에서 청소년 성 상담을 한 적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를 건강한 양지로 끌어내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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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신동엽.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관대해졌고, 하는 사람들도 유연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나 일반 시민들의 변화가 커요. 과거에는 사소한 자신의 이야기라도 방송을 통해 말하는 것을 꺼렸는데, 요즘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이야기들도 거리낌 없이 하거든요. 너무 감추기만 하는 것보다 이런 솔직한 풍토가 더 좋지 않나요. 앞으로도 자리가 잡혔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신동엽은 강호동처럼 카리스마 있는 장악력이나 유재석의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함 없이도 솔직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대를 리드하게 된 것이다.

배선영 한경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