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반지의 제왕' 길 따라 뉴질랜드…날 것 그대로를 맛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통가리로 국립공원 - 뉴질랜드 첫번째 이야기
활화산과 사화산이 만든 생태계, 마오리족 1000년 문화 숨쉬는 곳
화산지대19.4km…경이로운 트레킹
활화산과 사화산이 만든 생태계, 마오리족 1000년 문화 숨쉬는 곳
화산지대19.4km…경이로운 트레킹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은 머릿속을 부유하던 갖가지 상념들을 비루하게 만든다. 위대한 자연과 마주하고 압도되는 순간 우리는 작고 나약한 존재인 자신을 반추하게 된다. 지금 여기에만 오롯이 몰두하게 되는 곳이 있다.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위대하고 경건한 땅, 통가리로 국립공원이다.
마오리족의 영이 깃든 땅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영화 ‘반지의 제왕’을 언급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프로도와 샘이 반지를 던져 없애기 위해 향한 모르도르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여기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마오리족이 1000년에 걸쳐 이룬 문화와 신앙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는 땅이자, 활화산과 사화산이 만들어낸 다양한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경이롭게 펼쳐진 곳이다. 1887년 마오리족 부족장이 이곳을 정부에 기증한 이후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이 됐고 1993년 세계 최초의 복합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마오리족 전설에 따르면 처음 통가리로에 발을 들인 마오리족 제사장이 눈보라를 만나 얼어죽을 위험에 처하자 고향을 향해 불을 보내달라고 기도했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화산이 폭발했다고 한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는 세 개의 화산이 남북으로 늘어서 있다.
루아페후 산(2979m) 응가우루호에 산(2291m) 통가리로 산(1967m)은 활화산 지대로, 가장 최근의 폭발은 1996년 루아페후 산에서 있었다.
트레킹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을 마주하면, 이곳이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된다. 발을 내딛자 신비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낮게 깔린 구름이 대지를 덮는 순간 얼굴을 드러낸 검은 그림자 때문인지, 거칠게 불었다 금세 온화해지는 바람 때문인지, 마오리족의 영이 깃든 영산이기 때문인지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자연 앞에 무릎을 꿇다
선택한 코스는 여러 선택지 중 가장 인기 있는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응가우루호에 산과 통가리로 산 사이의 화산지대 19.4㎞를 8시간 동안 국립공원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출발지인 망가테포포 주차장에서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는 가이드 ‘칼’은 자신의 배낭에서 꺼낸 초코바, 오렌지, 쿠키가 가득 담긴 비닐 백을 건넸다. 거칠고 메마른 땅 곳곳에 강인한 생명력의 이름 모를 덤불이 듬성듬성 자라난 대지 위로 검은 얼굴을 한 산봉우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황량한 풍경 사이사이로 칼의 이야기가 노래처럼 흐른다. 정부가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보존하기 위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을 중점으로 노력한다는 것과, 트레킹 코스를 따라난 보드워크는 사람들의 발길에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결론은 사람이 만들어낸 어떤 것도 이곳엔 발을 들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바람직한 존재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자연은 그 안에 발을 들이는 우리를 따뜻하게 품다가도 거친 모습으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지 모른다.
암벽에서 솟아나는 폭포인 소다 스프링스까지 완만하고 평이한 코스를 지나면 숨이 차오르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두 시간 정도 오르면 완만한 지대에 형성된 축구장 5배 크기의 광활한 땅, 사우스 크레이터에 이른다. 사우스 크레이터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용암지대와 화산암이 그려낸 장엄한 풍경은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는 여행자를 위로하는 듯하다. 거대한 구름 사이로 바람이 달리면 감춰진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화산재 덮인 가파른 비탈을 오르는 여행자의 그림자는 바람과 구름의 변덕에 사라졌다 생겨나기를 반복한다. 45도에 가까운 급경사에서 맞는 거친 바람은 두 발로 걷는 사람들이 땅을 짚고 무릎을 꿇게 만든다. 숨 쉬는 화산이 전하는 아름다움
사우스 크레이터를 지나 통가리로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구간을 걷고 기는 것을 반복하며 도착한 곳은 레드 크레이터. 거대한 화산 분화구다. 여기선 어떤 위대한 화가도 흉내 내지 못할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푸른 하늘 아래 다채롭게 빛나는 붉은빛의 분화구는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레드 크레이터를 지나자 구름이 걷히고 세 개의 호수가 신비한 빛으로 반짝였다. 에메랄드 레이크, 그 왼쪽으로 난 블루 레이크와 그 너머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폭발이 있었던 뉴질랜드 최대인 타우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세 개의 호수가 구성한 조형적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물빛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 속에서 말갛게 빛나는 감동이 인다.
산은 겸허한 마음으로 수고한 여행자에게 꽁꽁 숨겨둔 가장 아름다운 보물을 기꺼이 내보였다. 이곳을 기점으로 내리막 숲길이 이어진다. 8시간을 뚜벅뚜벅 걸었지만 몸과 마음은 가뿐해졌다. 온전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 내려온 모두의 얼굴에 평온한 웃음이 가득 번졌다.
통가리로 국립공원(뉴질랜드)=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Tip
인천에서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까지 대한항공이 주 7회 직항노선을 운항한다. 공용어는 영어와 마오리어이며 마오리계 사람들도 영어를 쓴다. 통화는 뉴질랜드달러(NZD)를 사용한다. 1NZD는 약 860원.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뉴질랜드 북섬의 타우포 지역에서 차로 40여분 걸린다. 공원 내에는 카페나 레스토랑 등 요기할 곳이 없으므로 반드시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는 ‘베이뷰 샤토 통가리로(Bayview Chateau Tongriro)’라는 4성급 호텔(chateau.co.nz)이 있다. 다양한 트레킹 코스와 일정에 관한 정보는 국립공원 홈페이지(nationalpark.co.nz)에서 얻을 수 있다.
마오리족의 영이 깃든 땅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영화 ‘반지의 제왕’을 언급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프로도와 샘이 반지를 던져 없애기 위해 향한 모르도르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여기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마오리족이 1000년에 걸쳐 이룬 문화와 신앙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는 땅이자, 활화산과 사화산이 만들어낸 다양한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경이롭게 펼쳐진 곳이다. 1887년 마오리족 부족장이 이곳을 정부에 기증한 이후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이 됐고 1993년 세계 최초의 복합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마오리족 전설에 따르면 처음 통가리로에 발을 들인 마오리족 제사장이 눈보라를 만나 얼어죽을 위험에 처하자 고향을 향해 불을 보내달라고 기도했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화산이 폭발했다고 한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는 세 개의 화산이 남북으로 늘어서 있다.
루아페후 산(2979m) 응가우루호에 산(2291m) 통가리로 산(1967m)은 활화산 지대로, 가장 최근의 폭발은 1996년 루아페후 산에서 있었다.
트레킹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을 마주하면, 이곳이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된다. 발을 내딛자 신비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낮게 깔린 구름이 대지를 덮는 순간 얼굴을 드러낸 검은 그림자 때문인지, 거칠게 불었다 금세 온화해지는 바람 때문인지, 마오리족의 영이 깃든 영산이기 때문인지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자연 앞에 무릎을 꿇다
선택한 코스는 여러 선택지 중 가장 인기 있는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응가우루호에 산과 통가리로 산 사이의 화산지대 19.4㎞를 8시간 동안 국립공원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출발지인 망가테포포 주차장에서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는 가이드 ‘칼’은 자신의 배낭에서 꺼낸 초코바, 오렌지, 쿠키가 가득 담긴 비닐 백을 건넸다. 거칠고 메마른 땅 곳곳에 강인한 생명력의 이름 모를 덤불이 듬성듬성 자라난 대지 위로 검은 얼굴을 한 산봉우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황량한 풍경 사이사이로 칼의 이야기가 노래처럼 흐른다. 정부가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보존하기 위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을 중점으로 노력한다는 것과, 트레킹 코스를 따라난 보드워크는 사람들의 발길에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결론은 사람이 만들어낸 어떤 것도 이곳엔 발을 들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바람직한 존재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자연은 그 안에 발을 들이는 우리를 따뜻하게 품다가도 거친 모습으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지 모른다.
암벽에서 솟아나는 폭포인 소다 스프링스까지 완만하고 평이한 코스를 지나면 숨이 차오르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두 시간 정도 오르면 완만한 지대에 형성된 축구장 5배 크기의 광활한 땅, 사우스 크레이터에 이른다. 사우스 크레이터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용암지대와 화산암이 그려낸 장엄한 풍경은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는 여행자를 위로하는 듯하다. 거대한 구름 사이로 바람이 달리면 감춰진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화산재 덮인 가파른 비탈을 오르는 여행자의 그림자는 바람과 구름의 변덕에 사라졌다 생겨나기를 반복한다. 45도에 가까운 급경사에서 맞는 거친 바람은 두 발로 걷는 사람들이 땅을 짚고 무릎을 꿇게 만든다. 숨 쉬는 화산이 전하는 아름다움
사우스 크레이터를 지나 통가리로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구간을 걷고 기는 것을 반복하며 도착한 곳은 레드 크레이터. 거대한 화산 분화구다. 여기선 어떤 위대한 화가도 흉내 내지 못할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푸른 하늘 아래 다채롭게 빛나는 붉은빛의 분화구는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레드 크레이터를 지나자 구름이 걷히고 세 개의 호수가 신비한 빛으로 반짝였다. 에메랄드 레이크, 그 왼쪽으로 난 블루 레이크와 그 너머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폭발이 있었던 뉴질랜드 최대인 타우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세 개의 호수가 구성한 조형적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물빛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 속에서 말갛게 빛나는 감동이 인다.
산은 겸허한 마음으로 수고한 여행자에게 꽁꽁 숨겨둔 가장 아름다운 보물을 기꺼이 내보였다. 이곳을 기점으로 내리막 숲길이 이어진다. 8시간을 뚜벅뚜벅 걸었지만 몸과 마음은 가뿐해졌다. 온전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 내려온 모두의 얼굴에 평온한 웃음이 가득 번졌다.
통가리로 국립공원(뉴질랜드)=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Tip
인천에서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까지 대한항공이 주 7회 직항노선을 운항한다. 공용어는 영어와 마오리어이며 마오리계 사람들도 영어를 쓴다. 통화는 뉴질랜드달러(NZD)를 사용한다. 1NZD는 약 860원.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뉴질랜드 북섬의 타우포 지역에서 차로 40여분 걸린다. 공원 내에는 카페나 레스토랑 등 요기할 곳이 없으므로 반드시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는 ‘베이뷰 샤토 통가리로(Bayview Chateau Tongriro)’라는 4성급 호텔(chateau.co.nz)이 있다. 다양한 트레킹 코스와 일정에 관한 정보는 국립공원 홈페이지(nationalpark.co.nz)에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