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간 경제민주화 놓고 이한구·김종인 설전
이한구 의원은 관료 출신이지만 오랜 기간 기업에도 몸담았다. 재무부 관료로 일하던 그는 1980년 신군부 집권 직후 이른바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라인’으로 분류돼 공직을 떠나야 했다. 적(籍)을 둘 곳이 없던 그를 받아준 이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1985년 이 의원을 대우그룹 회장실 상무로 영입했고, 1989년에는 대우경제연구소장에 앉혔다. 대우와의 인연은 2000년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16년간 이어졌다.

기업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그는 철저한 자유시장주의 신봉자다. 새누리당과 국회에서도 줄곧 ‘기업들의 기(氣)를 살리는 게 경제 성장을 위한 옳은 방향’이란 지론을 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경제민주화 정책을 두고 김종인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사진 왼쪽)과 벌인 설전은 이런 성향을 잘 보여준다.

박근혜 대선 캠프 수장이던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에서 민주주의를 이뤘듯 경제에서도 분배를 통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주장이었다. 이에 당시 원내대표였던 이 의원은 “경제민주화란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개념으로 무엇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정체불명의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으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은 불안해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이 의원을 향해 “재벌기업에 오래 종사해 그쪽의 이해를 대변한다. 대선 후보가 출마선언 때 한 얘기를 같은 당 원내대표가 정체불명이라는 단어까지 쓴 것은 상식 이하”라고 공격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내내 경제민주화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다.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김 위원장과 설전을 벌인 이유에 대해 “한국의 성장 단계상 경제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하는 시기로 봤기 때문”이라며 “분배를 의식하거나 양극화에 기반한 포퓰리즘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