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너무 다른 한·일 펀드 장려책
새해부터 한국과 일본에선 비슷한 펀드 정책이 시행된다. 펀드 장기 가입을 독려하기 위한 세제 지원책이다. 국내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저인 가계 저축률을 끌어올리고 자금 유입을 통해 증시를 살리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 5년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하면 연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해준다는 게 골자다. 1인당 연 600만원 한도다.

일본도 이달부터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본격 시행했다. 주식이나 주식형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에게 5년간 양도차익과 배당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다. 1인당 100만엔, 최장 9년간이다. 저금리 예금에 묶여 있는 개인 금융자산을 중장기 투자로 유도해 경제 성장을 자극하려는 취지다.

두 나라의 펀드 장려책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가입 자격이 완전히 다르다. 국내에선 연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에게만 세제 혜택을 준다. 소득 기준을 초과하거나 자영업자라면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에 가입할 수 없다.

반면 일본에선 20세 이상 일본 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세제 혜택 전용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작년 10월 계좌 개설을 우선 허용한 후 400만건 넘게 접수됐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배경이다.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지면서 닛케이225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당국은 NISA 자금이 해외투자 등으로 국외로 빠져나갈 경우 엔화 약세를 강화해 수출 경쟁력을 높일 것이란 계산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장펀드’ 실험이 재형저축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은 “월급받아 집세 내고 보험료 내고 생활비 쓰면 장기 저축은커녕 단기 투자할 돈도 없다”는 반응이다. 정작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장기 펀드에 들 아무런 유인이 없다. 결국 증시 활성화와 저축 장려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소장펀드’ 도입이 발표됐는데도 정초부터 코스피지수가 맥없이 무너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인색한 펀드 장려책은 NISA 열풍으로 제2의 증시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조재길 증권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