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에 지급하는 장학금 규모를 줄인 데 대해 하나고가 반발하고 나섰다. 2009년 서울시와 하나고가 맺은 협약을 4년 만에 어긴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확정한 올해 시 예산 중 하나고 장학금 지원 예산이 지난해 4억8600만원에서 3분의 1가량 줄어든 3억2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와 같이 책정했지만 시의회 심사 과정에서 삭감됐다.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하나학원이 운영하는 서울지역 첫 번째 자립형 사립고로, 2010년 3월 은평뉴타운에 개교했다. 당시 서울시는 입학생(정원 600명)의 15%에 해당하는 9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재단도 같은 액수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50년 기한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회적배려대상자와 차상위계층 학생 등이 받는 장학금은 1인당 연간 500만원 수준이다.

2010년부터 민주당이 주축이 된 시의회는 “일반고 학생에게 연간 200만원 정도를 주는 것과 비교해 하나고에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또 “하나고의 연간 등록금이 일반고의 세 배가 넘는 540만원으로, 귀족과 특권층이 다니는 학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의회는 이런 이유로 지난달 하나고 장학금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장학금 지급은 강북 지역에 하나고를 유치하기 위한 유인책이었다”며 “상대방과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장학금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면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시의회에 수차례 얘기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고는 사배자 전형(20%)을 처음 실시해 소외계층까지 모집하고 강남·북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강북지역에 지으면서도 건축비 600억원과 연간 운영비 30억원을 스스로 부담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지원은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하나고 관계자는 “서울시와 50년간 협약한 사항을 4년 만에 바꾸는 건 맞지 않다”며 “하나고에 귀족과 특권층은 없으며 오히려 다른 학교보다 더 다양한 계층의 학생을 뽑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고는 1분기 장학금 지원이 이뤄지는 오는 3월까지 지켜본 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