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의 파상 공세로 일선 고교들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잇따라 철회하면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진보단체들은 “교학사 교과서가 수정 이후에도 여전히 친일을 미화하고 각종 오류가 많다”며 철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보수진영은 “전체주의적 여론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대사를 긍정적으로 기술한 보수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 했던 전국 14개 고교 중 13곳이 철회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전주 상산고도 6일 간부회의를 열어 채택 여부에 관해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친일 미화’ vs ‘전체주의 여론 선동’

교학사 교과서 '철회 압력'…13개교 취소
교학사 교과서가 심의를 받기 위해 국사편찬위원회에 처음 제출된 지난해 1월 이후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검정을 통과한 8월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교학사를 포함한 8종 교과서 모두에 829건의 수정·보완을 권고했고, 자체 수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7종(리베르 제외) 41건에 대해 지난해 11월 수정명령을 내려 모든 출판사들이 이를 따랐다.

지난달 10일 8종 교과서 모두 교육부 최종 승인을 받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단체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채택 철회를 요구했다. 전교조는 “자체 수정과 수정명령을 포함해 700여건에 걸쳐 수정된 교학사 교과서는 그 자체가 부실덩어리”라며 “여전히 오류는 남아 있고 친일·독재 미화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부터 일선 고교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전교조 등과 연계해 항의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채택 철회를 압박했다.

경남지역 한 고교 교장은 “선택권을 무시하고 인민재판하듯 공격하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워 취소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 대해 무차별적이고 비이성적인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며 “좌파 진영의 전체주의적 여론 선동은 학교의 자율적 선택권을 강압적으로 무력화하고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역사관을 주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교과서 검정체계 무시” 논란

교학사 측은 교과서 채택 철회를 주도하는 단체 등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교학사 관계자는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내리고 8개 교과서가 모두 따랐는데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처럼 호도하고 채택 취소를 강요하는 게 바람직하냐”며 “교과서 내용을 놓고 좌우 이념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절차를 밟아 최종 통과된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라고 하는 행위는 검정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일부 역사학계가 ‘자신들의 사관과 일치하지 않은 교과서 찍어내기’에 혈안이 돼 형평성을 잃고 집중 공격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 문제는 근현대사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사실관계조차 왜곡하는 심각한 좌편향 교과서에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은 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시민사회단체 합동신년회’를 열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 저지 행위를 규탄할 예정이다.

정태웅/이정호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