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사장 "수수료 덤핑 경쟁할 때 상품개발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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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본시장, CEO들의 돌파 전략은 (2)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프라임브로커·신용대출 등 새 먹거리 선점해야
증권사 M&A 단순히 '주인 바뀌기' 수준될 것
프라임브로커·신용대출 등 새 먹거리 선점해야
증권사 M&A 단순히 '주인 바뀌기' 수준될 것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54·사진)은 극심한 한파를 맞고 있는 증권업계의 생존 전략에 대해 이같이 제시했다. 일시적인 인기에 편승하는 단품 판매로 자금의 쏠림을 부추길 게 아니라 투자자 성향별로 다변화된 상품을 공급해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멀어진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주변 환경이 불확실해질수록 고객이 확신을 갖고 투자할 만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증권사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한때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했던 파생상품 시장만 놓고 봐도 지금은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증시 거래대금 급감에 시달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그는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를 놓고 피 말리는 덤핑 경쟁을 벌인 탓에 대부분 전체 비용의 80% 수준만 충당할 수 있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이 원가 이하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경영환경이 나빠지면서 증권사들은 줄줄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회오리 속 무풍지대다. 오히려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늘렸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증권사”라며 “과거 호황기 때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점포와 인원을 늘렸지만 우리는 오히려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증권사들이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새로운 영업분야를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와 법 개정을 통해 열리는 신규 비즈니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라임브로커(종합 금융자문 서비스)와 지급보증, 기업 신용대출 등은 당장 큰돈을 벌어다 줄 수익원은 아니지만 향후 3년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것”이라며 “우리도 관련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증권사 매물이 대기 중이지만 매각작업이 생각만큼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유 사장의 진단이다. 특히 매수자 측은 대부분 저가 매수만을 바라기 때문에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이 단순히 ‘주인 바뀌기’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유 사장은 “어려운 국내 영업환경에서 벗어나 좀 더 멀리 내다보고 해외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시장 증시가 부진하지만 이처럼 가격이 전반적으로 저렴할 때 진입하는 것도 유리한 전략”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은 3년 전 인수한 베트남 현지법인을 키우는 데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