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해야 공단 안정"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은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투자야말로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공단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덕통상은 2004년 개성공단에 입주했으며 현재 국내외 유명 브랜드 신발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2일 개성공단 입주업체로는 처음으로 독일 신발 제조업체인 ‘미앤프렌즈AG(사장 미하엘 에르틀)’와 합작 사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미앤프렌즈AG는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0년 넘게 삼덕통상과 연간 30만~40만켤레 신발 제품을 거래해 왔다. 삼덕통상 수출의 80%가 이 회사로 보내지고 있다.
○분단국가였던 독일이 첫 투자
처음에는 미앤프렌즈AG는 개성공단 투자에 부정적이었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에 생산공장을 짓고 싶어했다. 이를 눈치챈 문 회장은 지난해 9월 투자를 제안했고 3개월 만에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다.
문 회장은 투자를 유치하면서 세 가지 를 강조했다. 첫째 과거에도 중단사태가 있었고, 그런 상태가 오래가지 않았다는 점을 설득했다. 두 번째는 합작투자가 이뤄지면 과거 분단국가의 아픔을 겪었던 독일 기업이 해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에 투자한다는 상징성을 갖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동 중단 사태에도 ‘납기’ 지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관계를 유지한 점이었다. 삼덕통상은 가동 중단 위기에도 80% 이상 납기 물량을 맞추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공단 중단사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되자 문 회장은 대체 생산을 위해 금형을 새로 파고, 원부자재를 다시 조달했다. 또 국내 45개 관련업체를 찾아가 기존 제조단가보다 50~70%가량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반제품을 생산했다. 그는 “신발산업은 한 번 납기를 못 맞춰 거래처를 놓치면 사업은 그걸로 영원히 끝”이라고 말했다.
손해를 보면서 만드는 게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일감 감소로 인한 손실보다 적다고 생각했던 것.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해 9월 개성공단 가동 재개 후 삼덕통상은 3~4주 만에 가동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리며 빠르게 정상화했다. 이 덕분에 2700여명의 삼덕통상 개성 근로자들도 대부분 복귀했다.
문 회장은 “지난해처럼 정치·군사적 변수로 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