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썸백 사장(맨 오른쪽)이 화성 본사 공장에서 실리콘 성장로 내부구조에 대해 직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최인석 썸백 사장(맨 오른쪽)이 화성 본사 공장에서 실리콘 성장로 내부구조에 대해 직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산업용 진공로를 만드는 썸백의 최인석 사장은 일본 기술자 영입을 회사 설립 후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산업용 진공로는 태양전지와 태양광 발전용 기판으로 사용되는 다결정실리콘(잉곳) 소재를 만들어내는 장비다.

1993년 기계설비 공급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1999년 전기로 제조로 사업을 전환한 후 2002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처음 3~4년간은 기존 해외 장비들을 모방해 제조했다.

그러다 2008년 한 일본 은퇴 전문가를 초빙한 게 독자개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일본 은퇴자는 3년 동안 진공로 설계와 관련한 기술체계와 이론적 배경을 전수했다. 썸백은 이를 바탕으로 다결정 진공로와 진공펌프를 국산화할 수 있었다.

최 사장은 3년 전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태양전지용 다결정 실리콘인 Si(규소)모노라이크 실리콘 성장로를 개발하는 국책과제다. 그러나 난제에 부딪혔다. 일부 공정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 고민 끝에 최 사장은 2012년 12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다결정 실리콘 성장로 전문가로 활약하다 은퇴한 야마가 이사오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했다.

도쿄전기대를 졸업한 야마가 고문은 일본 제일기전에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다결정 성장로를 설계·제작하는 등 40여년 동안 그 분야에서 풍부한 기술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야마가 고문은 구조 제어 기술과 공정 연구개발(R&D)을 주로 지도했다. 결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태양전지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저항률을 떨어뜨릴 수 있었고, 반도체에서 전류 운반 효율도 향상됐다. 두 공정 모두 평균 20%가량의 개선율을 보였다. 또 평균 1회 드는 실험비용 300만원과 인건비를 포함해 총 3억~4억원의 돈을 절감했다. 개발기간도 1년가량 단축됐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이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은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일본 퇴역 기술자를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고문으로 활용해 설계부터 제품개발까지 전 과정을 지도받는 사업이다.

화성=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