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두 병 마시고 연기…감독님 'OK 사인'도 술술"
방송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빠담빠담’ 등에서 착하고 발랄한 캔디 역으로 이미지를 굳힌 배우 한지민(32·사진)이 트라우마(심리적 상처)를 지닌 여자로 변신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플랜맨’에서 자유롭고 분방하지만 사랑에 약해 유부남에게 속아 끌려다니는 가수 소정 역을 해냈다. 영화는 모든 일에 알람시계를 맞춰 시계처럼 생활하는 도서관 사서 정석(정재영)이 소정과 함께 밴드를 결성해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담았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한지민을 만났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플랜맨’이란 제목이 흥미롭진 않았어요. 그러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정재영 선배가 상대역이란 말에 믿음이 갔고요. 제가 영화에는 많이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있는 배역이라면 작은 역할이라도 가급적 출연하려고 했어요.”

정석은 매일 정확한 일과표대로 살면서 흐트러진 침구를 다림질하고, 다른 사람과 악수하거나 외출했다 귀가하면 살균제로 소독해야 직성이 풀리는 결벽증 환자. 한지민이 맡은 소정은 즉흥적이고 분방하면서도 잘못된 사랑을 당차게 끊어내지 못해 고통받는다.

“곱창 집에서 술에 취해 정석에게 제 사연을 얘기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소주 두 병을 마신 뒤 온몸이 빨개진 채 연기했어요. 취중 연기여서인지 쉽게 진행돼 두 번 만에 끝냈죠.”

실제 술을 좋아하지만 주량은 컨디션에 따라 변하는 편이라고 했다. 때로는 와인 한 잔에 취하지만 소주 두 병을 너끈히 비울 수도 있다고.

“로맨틱코미디 ‘어바웃타임’을 보니까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면서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플랜맨’도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힐링 영화예요. 정석과 소정의 사연을 알고 나면,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읽게 돼 서로를 치유해주는 거죠.”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1학년 때 드라마 ‘올인’으로 우연히 연기를 시작했다. 원래 배우 지망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연기가 어려워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고 한다. 2006년 영화 ‘청연’에서 여조종사 역으로 출연했을 당시 윤종찬 감독으로부터 연기 지도를 받으면서 연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돼 이후 촬영 현장에서 씩씩해졌다고 술회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