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 들어온 음악을 춤으로 표현할 때 행복"
지난해 초연한 ‘신들의 만찬’에서도 왕무녀 역을 맡았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하늘극장 무대가 좁아보일 만큼 무대를 100% 장악했다. 정작 본인은 “‘춤, 춘향’의 춘향 역을 할 때 더 행복하다”는데 대중은 그의 센 모습에 박수쳤다.
오는 10~11일 KB하늘극장 무대에 오르는 ‘팜므파탈’은 ‘센 여자’ 장현수를 오롯이 담아낸 공연이다. 18년간 국립무용단에서 쌓은 경험을 안무·주역·연출·의상 디자인에 쏟아부었다. 지난 3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막바지 연습 중인 그를 만났다.
“예술가를 스타로 키우기 위해 국립극장이 기획한 ‘국립예술가시리즈’ 공연이에요. 어떤 작품이 장현수란 이름과 어울릴지 고민했죠. 팜므파탈 이미지로 작품을 만드는 게 어떠냐는 주위의 권유가 많았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2012년보다 한층 걸쭉해졌다. “초연 때는 무용단 인턴 단원들이 출연해 풋풋한 느낌이 강했죠. 올해는 무용단의 베테랑 무용수들이 팜므파탈을 만듭니다. 춤 사위가 한층 진해졌죠. 산만했던 음악을 정리했어요. 1막은 젊음 국악 그룹 ‘불세출’이 퓨전음악을 연주하고 2막은 한대수 씨 음악으로 꾸밉니다.”
그는 1, 2막에서 각각 동서양의 ‘나쁜 여자’를 그려낸다.
“1막은 여자 때문에 파멸하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생을 현대적으로 풀어냈어요. 손끝 하나만 움직여도 섹시한 한국적 카리스마요. 2막은 희곡 ‘살로메’를 무용극으로 그려냈어요. 세례자 요한에게 사랑을 거절당하자 헤롯 왕을 부추겨 그를 죽이도록 한 내용이에요.”
그는 안무가로서 이미 여러 차례 작품을 만들어왔다. 2002년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아야의 향’부터 시작해 ‘검은 꽃’ ‘사막의 붉은 달’ ‘춤놀이’ 등을 무대에 올렸다.
“무용수들이 안무가로 실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이런 기회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안무가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아요.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시도를 해보고 도전하는 기회가 많아져야 무용수들이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춤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그의 눈자위가 붉어지더니 이내 콩알 같은 눈물이 똑똑 떨어졌다.
“연습실에서 춤추고 아이들 가르치러 가서 춤추고 집에서 춤추고… 춤은 그냥 제 인생이에요. 음악이 몸속에 들어와 그걸 제가 제대로 표현했다고 느낄 때, 그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희열이란 말이 부족할 만큼….”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