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붕괴 25년, 게르만의 비상] 66개 프라운호퍼硏…2만2000명 정예연구원, 첨단 응용기술 개발해 BMW·지멘스 등 기업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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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R&D시스템
독일 기술경쟁력의 원천, 국책硏 프라운호퍼
기업 돕는 실용연구 초점…예산은 기업·기관에서 충당
'장롱특허기술'은 발 못붙여
독일 기술경쟁력의 원천, 국책硏 프라운호퍼
기업 돕는 실용연구 초점…예산은 기업·기관에서 충당
'장롱특허기술'은 발 못붙여
독일 아헨공과대학 내 프라운호퍼 레이저연구소. 이곳에는 작은 방이 많다. 검은 천으로 덮여 있는 창문 틈으로 레이저 섬광이 번득인다. 수많은 기업이 프라운호퍼에 의뢰해 레이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곳에선 정예 연구원 394명이 각종 레이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로 쇠를 자르거나 붙이고, 금속물질을 녹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기도 한다. 3차원(3D) 프린터와 비슷한 기능이다. 항공기 엔진을 깎거나 용접 절단 혹은 표면처리하는 각종 기술이 망라돼 있다.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LCD·OLED 등) 태양전지 미세전류응용제품 등은 레이저 가공 없이는 상상하기 힘든 제품들이다. 초정밀제품 가공에는 레이저가 필수다.
이 연구소의 페터 루슨 부소장(공학박사·아헨공대 교수)은 “프라운호퍼는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연구소”라며 “우리 레이저연구소도 연간 200~300개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중에는 BMW 지멘스 트럼프 티센크루프 브라운 등이 들어 있다.
이런 프라운호퍼연구소가 독일 전역에 무려 66개나 있다. 총 2만2000명에 이르는 연구원이 일한다. 이들은 세라믹 등 분야별 주특기를 갖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동 작업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독일 기업의 경쟁력 원천은 프라운호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태양광선 중 프라운호퍼선을 발견한 독일 과학자이자 발명가이며 기업가인 프라운 호퍼(1787~1826)의 이름을 딴 프라운호퍼는 일종의 연구협회다. 연간 총 19억유로(약 2조8000억원, 2012년 기준)의 예산을 쓴다. 이 중 84%에 해당하는 16억유로가 계약에 의해 들어오는 자금이다. 기업이 5억6900만유로로 가장 많고 각종 기관이 4억6900만유로, 연방정부 및 주정부가 3억8500만유로 등의 순이다. 그만큼 기업이나 각종 기관이 프라운호퍼를 믿고 기술개발을 의뢰하는 것이다.
연구소 소장이나 부소장 등 최고경영진은 대부분 지역 대학 교수가 겸임하고 있다. 프라운호퍼가 국책연구기관(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 출자)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각 대학과 협력해야 학생 교육과 기술개발 그리고 산학협력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레스덴에 있는 프라운호퍼IKTS의 미하일 진스 부소장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관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진스 부소장은 “우리는 특히 세라믹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첨단 세라믹 재질과 각종 세라믹 부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환경, 기계와 플랜트, 마이크로시스템과 의료기기, 자동차 등에 관한 응용기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의 사업화 과정은 아이디어, 연구개발, 프로토타입(시제품) 및 파일럿 플랜트, 대량생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업의 성공을 위해선 제품개발 못지않게 프로토타입에서 양산 단계로 연결되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이 단계에서의 갭을 줄이는 데 프라운호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제조업이 강한 것은 톱니바퀴 같은 연구개발 체계 덕분이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간다. 프라운호퍼는 기업과 최일선에서 머리를 맞대고 기술을 개발해준다. 탁상공론 같은 ‘논문용 기술’이나 ‘장롱특허 기술’은 발을 붙이지 못한다. 시장에 나가 치열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곳에 과감하게 비용을 댄다.
실용기술을 개발해주는 곳은 프라운호퍼만이 아니다.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에서는 섬유를 활용해 항공기나 자동차 고속철도 부품을 개발하고 건축자재를 연구한다. 대학 중 아헨공대가 응용기술 개발의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면 괴팅겐대학은 기초과학 연구의 총본산 격이다.
생명공학이나 우주공학 에너지 등 거대 자금이 투자되는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헬름홀츠연구기관도 있다. 이같이 독일이라는 국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연구개발 조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응용기술을 직접 개발해주기도 하고 응용기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양분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 글 싣는 순서
1 제조업 ‘인더스트리 4.0’ 시대
2 독일제조업 파워는 RSG에서 나온다
3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R&D시스템
4 저실업 비결은 ‘시간제 일자리’
5 도제-마이스터로 연결되는 교육훈련제도
6 전 세계 바이어 빨아들이는 메세 파워
7 ‘3-필러 시스템’으로 최적화된 금융
8 타협과 상생의 독일 정치
9 지역균형발전과 드레스덴 성장비결
10 통일의 경험-한국에 던지는 시사점
한경·포스코경영연구소 공동기획
아헨=김낙훈 기자·박형근 POSRI 수석연구원 nhk@hankyung.com
이곳에선 정예 연구원 394명이 각종 레이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로 쇠를 자르거나 붙이고, 금속물질을 녹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기도 한다. 3차원(3D) 프린터와 비슷한 기능이다. 항공기 엔진을 깎거나 용접 절단 혹은 표면처리하는 각종 기술이 망라돼 있다.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LCD·OLED 등) 태양전지 미세전류응용제품 등은 레이저 가공 없이는 상상하기 힘든 제품들이다. 초정밀제품 가공에는 레이저가 필수다.
이 연구소의 페터 루슨 부소장(공학박사·아헨공대 교수)은 “프라운호퍼는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연구소”라며 “우리 레이저연구소도 연간 200~300개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중에는 BMW 지멘스 트럼프 티센크루프 브라운 등이 들어 있다.
이런 프라운호퍼연구소가 독일 전역에 무려 66개나 있다. 총 2만2000명에 이르는 연구원이 일한다. 이들은 세라믹 등 분야별 주특기를 갖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동 작업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독일 기업의 경쟁력 원천은 프라운호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태양광선 중 프라운호퍼선을 발견한 독일 과학자이자 발명가이며 기업가인 프라운 호퍼(1787~1826)의 이름을 딴 프라운호퍼는 일종의 연구협회다. 연간 총 19억유로(약 2조8000억원, 2012년 기준)의 예산을 쓴다. 이 중 84%에 해당하는 16억유로가 계약에 의해 들어오는 자금이다. 기업이 5억6900만유로로 가장 많고 각종 기관이 4억6900만유로, 연방정부 및 주정부가 3억8500만유로 등의 순이다. 그만큼 기업이나 각종 기관이 프라운호퍼를 믿고 기술개발을 의뢰하는 것이다.
연구소 소장이나 부소장 등 최고경영진은 대부분 지역 대학 교수가 겸임하고 있다. 프라운호퍼가 국책연구기관(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 출자)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각 대학과 협력해야 학생 교육과 기술개발 그리고 산학협력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레스덴에 있는 프라운호퍼IKTS의 미하일 진스 부소장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관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진스 부소장은 “우리는 특히 세라믹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첨단 세라믹 재질과 각종 세라믹 부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환경, 기계와 플랜트, 마이크로시스템과 의료기기, 자동차 등에 관한 응용기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의 사업화 과정은 아이디어, 연구개발, 프로토타입(시제품) 및 파일럿 플랜트, 대량생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업의 성공을 위해선 제품개발 못지않게 프로토타입에서 양산 단계로 연결되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이 단계에서의 갭을 줄이는 데 프라운호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제조업이 강한 것은 톱니바퀴 같은 연구개발 체계 덕분이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간다. 프라운호퍼는 기업과 최일선에서 머리를 맞대고 기술을 개발해준다. 탁상공론 같은 ‘논문용 기술’이나 ‘장롱특허 기술’은 발을 붙이지 못한다. 시장에 나가 치열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곳에 과감하게 비용을 댄다.
실용기술을 개발해주는 곳은 프라운호퍼만이 아니다.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에서는 섬유를 활용해 항공기나 자동차 고속철도 부품을 개발하고 건축자재를 연구한다. 대학 중 아헨공대가 응용기술 개발의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면 괴팅겐대학은 기초과학 연구의 총본산 격이다.
생명공학이나 우주공학 에너지 등 거대 자금이 투자되는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헬름홀츠연구기관도 있다. 이같이 독일이라는 국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연구개발 조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응용기술을 직접 개발해주기도 하고 응용기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양분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 글 싣는 순서
1 제조업 ‘인더스트리 4.0’ 시대
2 독일제조업 파워는 RSG에서 나온다
3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R&D시스템
4 저실업 비결은 ‘시간제 일자리’
5 도제-마이스터로 연결되는 교육훈련제도
6 전 세계 바이어 빨아들이는 메세 파워
7 ‘3-필러 시스템’으로 최적화된 금융
8 타협과 상생의 독일 정치
9 지역균형발전과 드레스덴 성장비결
10 통일의 경험-한국에 던지는 시사점
한경·포스코경영연구소 공동기획
아헨=김낙훈 기자·박형근 POSRI 수석연구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