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회적 동기부여' 메커니즘 재생을
시스템’의 사전적 정의는 ‘같이 작동하는 것들의 집합체이거나 그것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이라는 단어는 물리적인 기계장치뿐만 아니라 각종 제도나 운영방식 같은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시스템은 기계장치처럼 세월이 가면서 마모되거나 수선이 필요하며, 어떤 경우에는 기계 자체를 폐기해야 하듯이 전면 교체도 요구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던 자본주의 운영시스템에 커다란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에 새로운 운영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경제 국가에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자본주의 4.0은 일종의 시스템 개혁을 의미하는데 정부와 시장의 새로운 역할분담과 세계화 추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개별 국가의 자율성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느냐가 주요 쟁점사항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채택된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시스템 운영방식은 대내외적인 정치경제환경의 변화로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세계화 확산으로 인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낙수효과의 위축, 이로 인한 승자독식에 따른 소득불균형 확대와 미숙련자로 분류되는 청년들의 실업 증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현재의 시스템은 많은 비효율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과 일반 국민들로부터 보다 신속하고 전면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시스템 개혁에 대한 요구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보수정당으로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제시함으로써 기존 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약속하며 정권을 재창출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1년 동안 과거와 유사한 행태의 시스템 운영으로 회귀했고, 소소하고 단편적인 개선에만 집착함으로써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을 갈망하는 많은 경제주체들에게 불안감과 불신을 심어주고 있다.

시스템 개혁의 기본방향은 무엇보다도 사회전반에 걸쳐 훼손된 동기부여 메커니즘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부당한 기득권에 의한 약탈적 렌트(지대)의 축소나 금융실명제 강화를 통한 부정부패 근절이 시급히 요구된다. 둘째, 개인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인 이익극대화 행위가 사회적 후생 감소로 연결되는 시장실패를 바로잡아야 한다. 과열 사교육으로 인한 과잉 인적투자, 영유아 교육을 왜곡시키는 무상보육비 지원, 원가 이하의 전기료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제도개선이나 시장적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부문 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네트워크 형태로 연계된 시스템 아래에서 특정부문의 불균형은 곧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지나친 수출의존적 경제구조나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한 가계부채, 특정기업이나 분야 그리고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도 심화 등을 완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심도있게 추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신뢰 확충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될 경우 집단적 동조현상으로 인해 시스템 전체가 와해될 우려가 있다. 불합리한 규제의 과단성 있는 개혁, 공정하고 투명한 법질서의 확립, 정책의 일관성 유지 및 투명성 제고, 공동체 의식의 함양을 위한 시민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120년 전의 청마해인 1894년에 갑오경장의 개혁이 실패함으로써 우리 민족은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경험했다. 2014년 갑오년에 정부는 더 이상 역사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막연한 경제활성화가 아니라 비전을 담은 경제시스템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태준 < 동덕여대 교수·국제경제학회장 tjkim@dongdu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