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지방자치제 개선안 "광역단체장 임기, 2연임 제한…區의회부터 폐지, 광역의회와 통폐합"
새누리당이 현재 3선 연임을 허용하고 있는 광역단체장의 임기(4년)를 2연임으로 축소하고 특별·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역단체장-교육감 단일선거제(러닝메이트제 또는 공동후보등록제)도 검토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특위는 특위 차원의 최종안을 결정해 당 지도부에 공식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주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중앙당의 ‘줄세우기’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등 상향식 공천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특위는 공직선거법 개정 등에 관한 여야 간 신속한 협상을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위와는 별개로 지방행정개선특위 구성을 야당에 제안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당헌·당규특위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지방정치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현행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완전히 개선한 뒤 새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는 정당공천 폐지 논란에 휩싸인 기초의회를 광역의회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군 단위 기초의회에 앞서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구의회)를 폐지하는 것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공약에 대해 새누리당이 기초의회 자체를 구의원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자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현재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추진 중인 방안과도 일치한다.

특위 관계자는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단위로 도입했지만 기초의원의 자질 문제와 토착비리 사건, 기초단체장과의 유착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며 개선 방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업무 중복성 때문에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를 동시에 두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의회 폐지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국회 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가 구의회 폐지안을 담은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법’을 안건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구의원들은 물론 이해가 얽힌 일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특위는 광역단체장의 연임 한도를 현행 3선에서 재선까지로 줄이는 방안도 지방 행정의 정치 과잉을 막고 행정 효율성을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다만 2연임 후 한 번 쉬었다가 다시 출마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단체장은 최장 12년까지 해당 시·도의 수장을 맡을 수 있는데 다음 선거를 의식해 예산과 인사를 선거용으로 활용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전시성 행정을 펼치거나 무리한 건설 공사로 재정이 열악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당 공천을 하지 않는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서는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제 또는 공동후보등록제를 시행해 유권자가 교육감 후보의 정당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교육감 임명제도 거론하고 있다. 이는 후보 난립과 보수·진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리 근절 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특위는 이와 함께 이른바 정권 실세 중심의 줄세우기 논란을 없애기 위해 책임당원의 투표권을 100% 보장하는 것을 기본으로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을 강구하기로 했다.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실시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와 함께 클로즈드프라이머리(당원들만 참여 가능)도 검토 대상이다.

이에 대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지난 대선 공약 시행을 물타기하기 위한 전술적 차원에서 기초의회 폐지를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방자치제도이고, 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민주당의 민주주의 지키기”라며 “일차적으로 논란과 분란이 있는 새로운 제안보다는 대선에서 사실상 공통 공약으로 내세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우선적으로 합의해내는 게 논의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가장 큰 문제는 공천제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다”며 “시·도의 방만한 경영 등 더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영/이호기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