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는 장기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패스트패션(SPA·제조직매형의류)과 아웃도어 성장에 힘입어 소폭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저가의 캐주얼 의류와 기능성 아웃도어 인기 덕분에 국내 패션시장은 지난해 36조3100억원보다 5.2% 커진 38조1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패션협회)이다.

○가치 소비 성향 짙어져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강세와 명품 브랜드의 위축은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가치 소비’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동대문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등 독특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의 옷을 구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화점이 독특한 이들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시작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에잇세컨즈'
삼성에버랜드 '에잇세컨즈'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패션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조율’(tuning)로, 다양성의 시대에 걸맞은 가치들을 서로 어우러지게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려는 타깃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단순한 데이터나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소비자를 세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심사항이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은 가치에도 귀를 기울이고 소비자 니즈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직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효율적 경영 위한 내실화에 초점


LG패션 ‘라푸마’
LG패션 ‘라푸마’
국내 패션 기업들은 이에 맞춰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사업의 경우 유통망을 재정비하면서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또 브랜드 파워를 키우면서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LG패션은 올해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내수 소비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좀 더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경영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첫째, 상품 기획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예정이다. 여성복과 아웃도어, 캐주얼, 해외 패션 브랜드 등의 파워를 키우고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둘째, 매장당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비효율적인 매장을 정리하는 등 유통망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셋째, 인력 운영과 시스템 정비, 교육 등 내부 인프라를 튼실하게 갖출 예정이다.

○아웃도어 올해도 고속성장


해마다 ‘올해가 정점’이라고 예견됐던 아웃도어의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해온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4000억원(삼성패션연구소)으로 2012년(5조8000억원)보다 11% 늘어났다.

코오롱스포츠 ‘익스트림 존’
코오롱스포츠 ‘익스트림 존’
노스페이스(7000억원), 코오롱스포츠(6800억원), 블랙야크(6700억원) 등 ‘빅3’ 브랜드만 2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고 이들 브랜드는 올해도 약 10%대의 성장률을 목표로 잡고 있다. 또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를 갖고 있는 블랙야크 같은 회사가 마운티아, 마모트 등 다른 브랜드까지 합쳐 총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코오롱스포츠를 운영하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올해 견고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스포츠를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가치 있는 브랜드로 굳힌 뒤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쳐 2015년까지 중국 내 ‘톱3’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우기로 했다. 또 시리즈, 커스텀멜로우, 쿠론, 슈콤마보니, 럭키슈에뜨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자사 브랜드를 국내뿐 아니라 홍콩, 중국 등에 진출시킬 예정이다.

○해외사업에서 승부

지난해 패션부문에서 총 4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랜드그룹은 중국에서만 2조3000억원을 올릴 정도로 중국 사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1조8000억원, 미국 및 유럽 8000억원 등 거의 5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한 이랜드그룹은 국내 패션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올해도 중국에 보다 초점을 맞추면서 유통과 패션, 외식, 레저 등 모든 부문을 엮어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스파오, 미쏘 등의 해외 매장을 공격적으로 낼 예정이다. 이미 티니위니, 스코필드 등의 브랜드로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에 ‘이랜드그룹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라는 점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연말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낸 스파오 1호점이 오픈 흘 만에 7억원의 매출을 내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스파오로 2015년까지 중국 내 50개 매장에서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는 대만과 홍콩에도 매장을 낼 계획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