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비교적 잘 알지만 남성의 경우 그 반대인 ‘가다실’ 이라는 이름의 의약품이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가 국내에 공급하는 백신제품인데요. 이 백신은 ‘유일한' 암 예방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성에게 세계 두 번째로 잦은 발병율을 보이지만 암이 생기는 주원인이 HPV (인유두종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진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공인받았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TO에 따르면 전 세계 1억7500만명이 이 백신 (가다실 외에 서바릭스도 포함) 주사를 맞았다는 통계입니다. 때문에 가다실은 인류 건강과 관련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의 특허만료를 주목하는 이유
그러나 국내의 경제적 측면과 예방 주사를 맞는 여성 (소비자) 입장으로 시야를 돌려보면 아쉬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만들 길이 차단됐다는 얘긴데요. 가다실은 25년 전인 1999년 ‘물질특허’로 등록돼 국내에서 철저하게 보호받아 왔습니다.

물질특허란 일반 의약품, 농약과 같이 화학합성 방법으로 제조하거나 미생물, 단백질과 같이 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생산하는 새롭고 유용한 물질 자체에 제공하는 ‘특허’를 말합니다. 이 특허는 물질과 관련한 모든 대상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흔히 ‘슈퍼파워 (가장 강력한) 특허’로 불리고요.

특히 가다실 특허의 경우 통상적인 특허 존속기간으로 불리는 20년에 더해 5년 동안 연장도 받았습니다. 이는 의약품의 경우 특허등록 후 출원일로 부터 임상시험 이나 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한 차례, 최대 5년 까지 연장해주는 혜택에서 비롯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제약업계는 지난 25년 동안 자궁경부암 백신의 제조에 대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분석이 일반적 입니다. 이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선 엄청난 액수의 특허사용료를 내야하는데다 설사 돈을 낸다 하더라도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를 허용하지도 않았고요.

그러나 앞으로 5개월 뒤 2014년 5월이면 상황이 180도 달라집니다. 가다실의 특허가 ‘소멸’되는 까닭입니다. 국내 제약업체들도 특별한 ‘제약 (부담) 없이’ 이 가다실 특허를 이용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 백신을 맞는 환자 (주로 젊은 여성)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관련업계의 기대입니다. 현재 이 백신을 맞는데 (보통 3회 정도 접종)인데 비용이 수십만원대에 이르는 실정이지요.

‘청마의 해’ 갑오년에 '가다실' 처럼 만료되는 물질특허가 무려 258건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와 나와 국내 의약 바이오 농약 등 업계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의 특허만료를 주목하는 이유
특허청이 최근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 만료 물질특허 총 258건은 의약분야 122건 (47.3%)을 비롯해 바이오 67건 (26.0%)), 화학소재 45건 (17.4%) 농약 18건(7.0%)으로 구성됐습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이들 분야 가운데 시장 규모가 비교적 큰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올 4월엔 국내 시장규모가 780억원대로 평가되는 고지혈증 치료제 성분 ‘로수바스타틴칼슘’의 물질특허가 종료됩니다. 이어 5월엔 앞서 언급한 자궁경부암 백신인 ’인유두종바이러스 L1 단백질’이, 7월엔 식도염 치료제 성분인 ‘오메프라졸염’의 물질특허가 만료합니다.
/자료출처=특허청
/자료출처=특허청
특허청 관계자는 “현재 물질특허를 이용한 각 제품들의 시장 규모만 4000억원대에 이른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관련업체들이 ‘심각한’ 연구개발 투자 없이 기존 지식을 벤치마크만 잘 해도 관련 시장의 상당부문을 차지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통해 비싼 의약품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면 국내 소비자 부담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편집위원 윤진식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