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센터장들은 “TV 광고 기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강점을 살릴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초 한양대 채용박람회 모습. 한경DB
대학 취업센터장들은 “TV 광고 기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강점을 살릴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초 한양대 채용박람회 모습. 한경DB
“무조건 대기업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의 ‘특별한 스펙 쌓기’가 필요합니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경력개발센터장) “인문·사회계열 여학생들은 갈 곳이 없어요. 학점·어학 등 그야말로 취업을 위해 탄탄한 준비를 해도 기업이 뽑아주질 않기 때문이죠.”(정진봉 경희대 취업지원팀장) “대기업 못지않은 우량 중견·중소기업을 발굴해 정보를 제공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줬으면 합니다.”(김영탁 영남대 학생역량개발처장)

대학교 취업센터장들의 목소리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은 55.6%(2013년 6월1일 기준). 대졸자의 절반이 미취업 상태라는 얘기다.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는 학생들을 지켜본 취업센터장들은 안타까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대학의 취업센터장은 “학생들은 절망하고 있는데 말뿐인 일자리 창출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소위 ‘명문대’ 취업센터장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지난해 취업률 69.3%로 4년제 대학 취업률 1위였던 성균관대 관계자는 “우수한 학생들이 높은 취업률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대학 취업센터장들이 보내온 취업준비생을 위한 조언과 기업과 정부에 바라는 내용을 정리했다.

◆“자신의 스토리로 승부하라”

대학교 취업센터장들은 지난해 대졸 취업시장이 ‘부익부 빈익빈’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증권사 채용이 줄고 은행권 채용이 반토막나면서 금융권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합격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기원 한양대 커리어개발센터장은 “이공계생들은 3~4곳에 합격해 골라가는 반면 인문계 출신들은 그야말로 1~2곳에 서류 통과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학생들조차 서류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봉철 센터장은 “취업시장이 좁아진 탓에 소신 지원도 줄었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금융권을 착실하게 준비한 학생들조차 불안한 마음에 ‘묻지마 지원’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센터장들은 취업준비생들의 ‘지나친 대기업 선호’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주병창 한동대 학생경력개발팀장은 “스펙 외에 인턴·어학연수·해외봉사로 취준생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웬만한 기업으로는 성에 차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높아진 눈높이만큼 채용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고(高)스펙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서진 동국대 취업지원센터장은 “학생들은 ‘TV에 광고하는 기업’에만 취업하려고 한다”며 “지원자 스스로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옥석을 가려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기업 선호가 ‘개성 없는 고스펙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센터장은 “취준생들이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적 스펙 쌓기가 무분별한
지원으로 이어져 입사한 뒤에도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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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확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취업센터장들은 ‘채용 확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김종필 건국대 인재개발센터장은 “기업의 성장동력은 사람”이라며 “사람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최 센터장은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학생들에게는 고용의 문을 확대해 성실하게 노력하면 결과도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현장실무자 양성을 위해 ‘현장 실습제도’를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 센터장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직접 현장실습을 통해 실무형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퇴사율을 줄이고 기업에도 적합한 인재 발굴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서울·수도권 취업 쏠림으로 지방의 우량 중견·중소기업은 우수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탁 처장은 “해마다 정부가 우량 중견·중소기업 취업백서를 발간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처장은 “중견기업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방 산업단지 현장실습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나가면 청년층에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터장들은 정부의 ‘취업률 평가’가 양적 지표로만 활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종필 센터장은 “요즘 취업을 하려면 졸업 후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매년 6월1일자로 발표하는 교육부의 취업률이 학생들의 기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도 “교육적 관점에서 대학의 진로교육 현황, 현장실습 이수율 등 과정지표도 평가에 반영해줄 것”을 주문했다.

현재 정부는 대학 취업률 평가지표로 건강보험DB 취업률(6월1일 발표), 국세청DB 취업률(이듬해 10월 발표)과 유지취업률(매년 3·9·12월 발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센터장들은 취업률이 대학 평가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장기적인 취업전략보다는 당장의 취업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는 학생들의 해외 취업이 많아 취업률 집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봉철 센터장은 “해외에 직접 취업한 학생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령 취업자를 알아도 그들에게 근로계약서 사본과 해외취업 비자 등 관련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화로 학생들의 해외 취업이 점차 늘고 있어 정부가 취업률 반영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