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에 지난달 문을 연 남성 전용 바버숍 ‘헤아’. 헤아 제공(닐스 클라우스 촬영)
서울 한남동에 지난달 문을 연 남성 전용 바버숍 ‘헤아’. 헤아 제공(닐스 클라우스 촬영)
6일 서울 한남동의 남성 전용 헤어숍 ‘헤아’. 미용사가 정장 차림의 30대 손님과 머리 스타일을 상담하고 있었다. 지난달 문을 연 이곳은 커트 값만 7만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30~40대 남성이 몰려 매일 예약이 꽉 찬다.

정통 유럽식 바버숍(이발소)을 본뜬 최고급 서비스가 인기 비결이다. 단순한 이발소가 아닌 ‘남성들의 쉼터’를 표방한 것. 1층엔 위스키를 즐기는 미니 바가 있고 2층에는 구두를 닦는 슈케어 룸, 시가 라운지, 비즈니스 센터, 테라스 등을 갖췄다. 이상윤 헤아 대표는 “뉴욕에선 이미 3년 전부터 남성 전용 고급 헤어숍이 늘어나 남성들을 대거 흡수했다”며 “한국도 곧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헤아의 사례처럼 30~40대 고소득 남성을 겨냥해 ‘럭셔리를 파는 상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신사·청담동에 있는 남성 헤어숍 ‘에반스타일’에는 패션 전문가를 통한 스타일 컨설팅과 동행 쇼핑 서비스도 있다.

잠원동 더리버사이드호텔이 2011년 문을 연 스파형 휴식공간 ‘더 메디 스파’도 성업 중이다. 2개 층(3966㎡)을 통째로 터 라운지, 비즈니스룸, 영화관, 카페,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회현동 남산스테이트타워 26층의 ‘더스테이트룸’은 휴식공간과 파티공간을 모두 갖춘 상위 1% 남성만의 공간이다. 수백만원대 연회비를 낸 회원만 들어갈 수 있다. 명품시계나 고급 수입차 업체들이 주기적으로 여는 VIP 초청 파티도 비슷한 취향과 경제력을 가진 남성들의 ‘사교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불황 속에도 ‘남성만의 휴식 공간’을 내건 고급 매장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넉넉한 경제력을 갖춘 30~40대 남성이 급증하는 사회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연 급여액 1억원을 넘는 ‘억대 연봉’ 근로자는 2008년 19만5000명에서 2012년 41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서울 기준 30대 남성의 45.7%, 40대 남성의 13.3%는 미혼(2010년 통계)으로 10년 전(30대 25.1%, 40대 4.3%)보다 부쩍 늘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