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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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20일 아침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사진)과 임직원 150여명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대전 계족산 황톳길 300여m를 맨발로 걸었다. 워크숍에서 새로운 경영전략에 대해 12시간 마라톤 회의를 마친 다음날이었다. 위 사장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얼음이 아닌 불 위를 걸을 각오도 돼 있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위 사장 스스로에게도 그랬다. 그는 새해를 ‘공격의 해’로 삼은 듯했다. “업계 1위에 만족하지 않고 2위 회사와의 차이를 더욱 벌려 위대한 회사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였다.

위 사장은 이를 위해 두 가지 복안을 빼들었다. 첫 번째는 모바일카드의 활성화다. 그는 “기존 신용카드 시장은 정체된 지 오래”라며 “연간 30% 이상씩 규모가 커지는 모바일카드 시장을 적극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바일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위 사장의 복안은 ‘단순화’다. 지금보다 사용이 간편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위 사장은 “직접 써보니 모바일카드는 50대 이상 장년층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며 “카드 사용액이 많은 장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좀 더 간편하게 쓰는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작년 4월 업계 최초로 애플리케이션(앱) 형태의 모바일카드인 ‘신한 앱카드’를 출시했다. 작년 말 기준 회원수 128만명을 넘어섰고 사용액도 약 3200억원에 달했다.

위 사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다른 한 가지는 미래의 먹거리인 빅데이터 활용 사업이다. 신한카드 2200만 회원의 카드 사용 행태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사업을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위 사장은 이를 위해 작년 말 조직 개편에서 ‘빅데이터 센터’를 신설했다. 그는 “이를 통해 전체 매출의 10% 미만인 부대사업의 손익 기여도를 크게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위 사장은 “카드업의 기본은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신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고, 이를 체계화시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 활용의 구체적 계획에 대해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특정 지역에서 유리한 업종, 특정 세대가 잘 찾는 업종 등에 관해 컨설팅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위 사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그동안 현대·삼성카드 등 경쟁사가 갖고 있는 독특한 기업 이미지가 신한카드에는 없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위 사장은 “최근 발표한 새 슬로건(BIG to GREAT·큰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변하자는 의미)을 시작으로 디자인 전반과 마케팅 전략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점유율 20%대의 압도적 업계 1위 회사에 안주하지 않고 공격 경영을 바탕으로 2위 회사와의 점유율 차이를 10%포인트 이상 벌려 위대한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그의 신년 구상이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