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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미녀 골퍼’ 안신애(24)는 요즘 각오가 남다르다. ‘말띠’인 안신애는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를 맞아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안신애는 새해 벽두 그동안 자신이 써오던 클럽(혼마)을 모두 테일러메이드로 전격 교체했다. 의류(르꼬끄골프)도 아디다스골프로 바꿨다. 뿐만 아니다. 코치도 새로 영입해 2010년 KLPGA투어 2승을 거둘 때 자신을 가르쳤던 옛 스승을 다시 찾았다.

3년간의 무승을 깨기 위해 ‘어게인(Again) 2010’ 프로젝트에 들어간 안신애가 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을 찾았다.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골프 후원 계약식을 마친 직후다.

안신애는 “이제까지 잘 맞지 않아 힘들어했던 클럽을 바꾸는 것”이라며 “테일러메이드 클럽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기대된다”고 입을 뗐다. 안신애는 드라이버, 페어웨이우드, 아이언 모두를 테일러메이드 글로리(Gloire)로 교체했다. 그는 “헤드를 크고 뭉툭하게 만든 일본 클럽보다 보기에 날렵한 미국 클럽이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라며 “비싼 클럽보다 대중적인 클럽이 부담이 없고 치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금랭킹 39위에 그친 안신애는 “작년에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더니 막판에 퍼팅이 너무 안 됐다”며 “어느 한쪽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두루두루 골고루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오는 17일 호주 골드코스트로 두 달간 전지훈련을 떠나는 안신애는 일명 미스터 ‘나무집’으로 불리는 호주의 리처드 우드하우스 코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우드하우스 코치는 2010년 초반 잠깐 안신애를 가르쳤다. 당시 한국에 들어와 3주간 훈련을 같이하고 안신애의 캐디백도 멨던 인연이 있다. 안신애는 “한국 축구가 히딩크 감독 때 잘했던 것처럼 안신애의 히딩크 감독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의류를 바꾼 이유에 대해 “그동안 화려한 옷을 입었으나 사실 화려한 치장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번에 내 본래 모습도 찾고 프로페셔널한 선수다워지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신애의 트레이드 마크인 ‘짧은 치마’는 계속된다. “옷 색상은 핑크, 노랑, 주황 등 꽃 색깔 위주로 할 거예요. 필드에선 이런 색이 예쁘고 더 여성스럽잖아요.”

안신애는 ‘살을 빼는 다이어트’ 대신 ‘살이 찌지 않는 다이어트’를 한다. “전문 트레이너를 두고 식단을 조절하고 있어요. 기름지지 않은 음식, 흰밥 대신 잡곡밥, 저지방 우유 등으로 음식을 가려 먹죠. 몸이 가볍고 덜 붓는 데다 피부에도 좋더군요.”

안신애의 장갑에는 항상 숫자 ‘1, 2, 3!’이 써 있다. “저만의 리듬을 생각하기 위해서 써놓고 있어요. 샷을 할 때마다 보지는 않지만 문득 숫자를 보면 ‘아, 그래 리듬에 신경써야지’ 하게 됩니다.”

또 모자 캡에는 ‘공’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샷할 때 헤드업하지 말고 공을 보라는 뜻이에요. 가끔 사진에 모자 글씨가 잡혀 야디지북에다 써놓기도 합니다. 야디지북에는 별게 다 써 있어요. 욕도 써 있고 칭찬도 써 있죠.”

안신애는 2011년 장 출혈로 복강경 수술을 받은 뒤 체력이 떨어져 드라이버샷 거리가 230야드로 줄어들었다. 그는 “지난해 꾸준한 체력 운동으로 거리를 245야드 정도로 늘렸지만 ‘단타’는 내가 안고 가야 할 숙명”이라며 “장하나처럼 멀리 치지 못한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게 맞는 코스에서 실력을 발휘해보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2010년 자신이 우승했던 하이원CC에서 올해 대회가 다시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에 내심 기대하고 있다.

안신애의 모친 이영숙 씨(60)도 말띠다. KLPGA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모녀 말띠’인 셈이다. 이씨는 “모녀가 함께 시원하게 같이 뛰어보려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메인스폰서를 찾고 있는 안신애는 “제가 이제까지는 하락세였지만 한 번 터지면 연달아 ‘빵, 빵’ 터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마추어 레슨 팁 - 다운스윙때 그립 세게 쥐어야

안신애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다운스윙할 때 그립의 악력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손에 힘을 빼라는 말을 아마추어가 이해하기는 힘들다. 손의 힘을 너무 빼면 어깨는 돌아가는데 팔이 뒤처지고 너무 강하게 하면 팔이 너무 빨리 돌게 된다”며 “백스윙할 때는 손의 힘을 이용하지 말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올라가도록 하고 내려올 때 힘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스 공략할 때 ‘신호등 원칙’도 소개했다. 안신애는 “예를 들어 핀이 그린 오른쪽에 꽂혀 있고 그 옆에 벙커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린 왼쪽은 파란불이고 핀 쪽은 주황불, 벙커 쪽은 빨간불”이라며 “아마추어들은 위험하게 빨간불만 보고 쳐 스코어가 잘 안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파란불만 찾아서 가야 한다”며 “더 좋은 지점으로 가려고 주황불이나 빨간불 쪽으로 가는 것은 욕심”이라고 강조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