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길 에스피지 사장이 인천 남동산업단지 본사에서 개발 중인 BLDC모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여영길 에스피지 사장이 인천 남동산업단지 본사에서 개발 중인 BLDC모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정밀제어용 모터 제조업체 에스피지의 여영길 사장(51)은 자다가도 몇 번씩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놓친 전화나 메시지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해외에서 매출의 70%가량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 사장의 휴대폰은 밤낮이 따로 없다.

여 사장은 “해외 지사장들이 영업하다가 막힘이 없도록 바로 나와 얘기를 하도록 했다”며 “문자 하나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고객 요청에 24시간 이내 대응

여 사장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일처리 속도”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에스피지가 경쟁하는 곳은 오리엔탈, 파나소닉 등 주로 일본의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의사결정은 느린 편이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려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여 사장의 생각이다. 에스피지 임직원 모두가 피드백을 빨리 하기 위해 노력한다. 빨리 답변하는 게 이 회사의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여 사장은 “업무 중에 벌어진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고객에게 ‘늦은 답변’을 하면 철퇴가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고객 대응’이 24시간 이내에 안 되면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하이얼 메이디 하이신 등 중국 가전업체들이 일본산 BLDC모터(브러시가 없고 가볍고 작은 모터)를 다른 나라 제품으로 바꾸려고 하자 여 사장은 한 달에 2~3번씩 중국에 가 영업을 뛰고 있다. 법인장이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현지에서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여 사장은 “냉장고나 에어컨 등 전통가전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와 같은 환경 관련 제품까지 일본 모터를 대체하는 납품 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BLDC부문 매출이 작년 90억원에서 올해 4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4D 극장에 유성감속기 납품

여 사장은 2011년 대표가 된 이후 부가가치가 높은 모터 개발에 매달렸다. “100억원 이상을 고효율 모터 개발에 썼다”고 했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이 1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연구개발(R&D) 투자는 최근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정밀제어 기능을 갖춘 유성감속기는 작년부터 국내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4차원(4D)관 의자로 쓰이기 시작했다.

삼천리자전거 삼성SDI와 공동 개발 중인 전기자전거, 정부 정책과제로 수행 중인 마을버스용 변속기 등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여 사장은 “신규 사업에 힘입어 올해는 매출이 작년보다 30~40%가량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직원 처우개선 나서

에스피지는 내년에 본사를 인천 송도로 이전할 계획이다. 신사옥에는 기술연구소는 물론 스크린골프장, 커피숍, 피트니스센터 등 복지시설이 대거 들어간다. ‘인재 확보’가 이 회사의 최우선 순위가 됐기 때문이다. 대졸 초임 연봉을 3000만원대 초반으로 올리는 등 직원 급여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월드클래스 300’ 등에 참여해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