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LG가 긴장해야 하는 이유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4’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수백여개 업체가 콘퍼런스를 하는 프레스데이 행사가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렸다. 오전 8시 LG전자를 시작으로 9시 일본 샤프, 10시 파나소닉과 중국 화웨이, 낮 12시 퀄컴 등이 잇달아 콘퍼런스를 열었다.

오전 11시께 파나소닉 행사장을 나서자 줄이 죽 늘어서 있다. 앞쪽에 있는 기자들은 카펫에 주저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곧 열리는 행사인 줄 알고 “어디냐”고 물었더니 오후 2시 시작하는 삼성전자 프레스콘퍼런스에 입장하려고 줄을 서 있다는 것이었다. 줄을 따라 20m가량을 가보니 커다란 콘퍼런스 룸 안까지 줄이 뻗어 있었다. 100여m는 족히 될 법했다. 한 미국 기자에게 “왜 벌써 줄을 섰느냐”고 물었더니 “삼성은 가장 큰 행사가 아니냐”란 답이 돌아왔다.

삼성뿐 아니다. 오전 8시에 열린 LG전자 행사는 사전에 등록한 기자들만 입장시켰는데도 30분 전에 이미 자리가 동났을 정도다.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기업 그 이상이었다. 기자들의 취재 열기 못지않게 콘퍼런스 구성이나 발표 내용도 다른 기업보다 탁월했다.

뿌듯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불안감이 엄습했다. 중국 화웨이의 콘퍼런스에도 삼성만큼은 아니어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기자가 몰렸다. 화웨이의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유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4, 노트3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새 스마트폰 화웨이 어센드메이트2가 배터리 성능, 빠르기, 화면 크기 등에서 삼성을 따라잡았다”고 선언했다. 소니도 초고화질(UHD) TV 시장을 선점했다며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UHD 콘텐츠를 확대해나가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삼성, LG가 TV 사업에서 소니를 따라잡은 게 2006년이다.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전자산업이지만 국민들은 막연히 삼성, LG 등 한국 업체들의 전성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추격을 노리는 중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 기업들을 보고 나니 2012년 CES에서 “정신을 안 차리고 있으면 앞으로 몇 년 사이에 금방 뒤질 것”이라고 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