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엔젤투자협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예비 창업자와 같이 일할 동료, 투자자 등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8년 벤처기업인들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나누는 모임인 ‘고벤처포럼’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고 회장은 “창업하려면 회사의 대표뿐 아니라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예비 창업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고 좋은 동료나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나 영국 테크시티에는 이런 공간이 수십개가 있지만 한국엔 지난해 서울 역삼동에 만들어진 디캠프 한 곳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고 회장은 민간 투자인 ‘엔젤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엔젤 투자란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미국의 경우 특별한 담보나 연대보증 없이 신생 벤처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가 30만명, 투자 규모만 22조원에 이른다”며 “엔젤투자자들은 벤처를 운영하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준다”고 설명했다.
고 회장은 “한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엔젤투자자가 2만명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600~700명 수준”이라며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국내 엔젤투자자를 적극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대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을 제값에 사들여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이 직원 수가 13명뿐인 사진공유 서비스업체 인스타그램을 약 1조원에 사들인 것처럼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하면 대기업이 높은 가격에 사주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