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형 유통업체들이 진주 나주 등 전국 혁신도시 상권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이 본격화됨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부지 매입을 추진하거나 착공을 서두르는 등 혁신도시 선점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입주에 따른 안정된 소비층 확보와 함께 기존 전통시장에서 사방 1㎞ 밖에 자리잡아 전통상업보존구역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 다툼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혁신도시 진출은 재래시장을 포함한 지역 중소상인의 생존 경쟁력을 잃게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진주·나주·우정 등 입점 준비 활발

8일 관련 업계 및 지자체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012년 말 경남 진주혁신도시 내 상업용지 1만4988㎡를 매입했다. 이곳에 대형 복합유통시설을 짓기 위해서다. 롯데는 최근 유통시설 건립을 위한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실무자들이 진주에서 현장점검은 물론 진주시, 상인연합회 등과 상생협약을 협의하는 등 입점을 서두르고 있다. 대형마트, 시네마, 아울렛 등을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진주혁신도시가 2015년 인구 4만여명의 자족형 신도시로 조성됨에 따라 이 지역 상권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탑마트도 진주혁신도시 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신사옥 인근 주차장 용지 3000㎡를 지난해 사들여 올해 말 인근 아파트 입주시기에 맞춰 개장한다는 일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미국계 창고형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와 롯데마트, 삼성홈플러스 등은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대형매장을 지을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나주 금천농협은 부지를 확보하고 하나로마트 개장을 준비 중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부지매입은 나주혁신도시 내 단일필지로 돼 있던 6만1285㎡의 상업용지가 지난해 필지 분할이 되면서 매장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세계는 울산 우정혁신도시에 지난해 신규 백화점을 짓기 위해 2만4300㎡의 상업용지를 LH로부터 555억원에 매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울산은 전국 도시 중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데다 소비성향이 높은 40대와 10대 인구 비중도 광역시 중 가장 크다”며 “출점 시기 등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울산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점포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변 지역상인들은 반발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혁신도시 출점에 대해 지역상인들은 “상권을 빼앗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서면 재래시장을 포함한 지역 중소 상인들은 경쟁력을 잃어 생존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주지역에서는 진주상인연합회가 진주시를 상대로 대형마트 입점불허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시민을 대상으로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나주혁신도시 주변 상인들도 혁신도시 내 대형마트 입점으로 인한 상권 피해를 우려하며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주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중소상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 보호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주시 관계자는 “혁신도시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해당되지 않아 대형마트의 입점이 가능하지만 주변상권 영향평가서와 지역사회 상생협력 제안서 등을 보고 인허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종효/최성국/하인식/김덕용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