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임금·경직된 노사관계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텅빈 공장에 앉아 있다. 한경DB
한국의 고임금·경직된 노사관계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텅빈 공장에 앉아 있다. 한경DB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있는 금형업체 사장 박모씨(65)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주문이 몰리면 납기를 맞추느라 1주에 23시간까지도 연장근로를 해왔던 터였다.

그렇다고 사람을 더 쓰기도 어렵다. 금형산업 중에서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설계분야는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기름밥’을 먹어야 하는 가공·조립 분야는 기피 업종이다. 게다가 구인공고를 해도 숙련 기술자를 구한다는 보장도 없다.

박씨는 “엔저 때문에 국내 기업은 납기를 단축해 승부해야 하는 상황인데 근로시간을 줄이면 이마저 어려워져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금형업계 사장들 상당수가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나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규제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대기업은 자본력을 활용해 규제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어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 주당 평균 55시간이던 근로시간을 44시간으로 줄였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한 조치의 일환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의 비용 부담이 다소 늘어났지만 노사 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면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박씨의 금형업체 같은 중소기업들은 인력 추가 채용, 작업속도를 높이는 데 드는 설비투자 등이 어려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중소기업은 전문지식이나 인적 네트워크가 대기업보다 부족해 각종 노동규제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제락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근로시간 통상임금 등 여러 가지 규제를 맞추다 보면 인건비가 높아져 영세업체는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마저 고용허가제에 의해 채용 인력을 규제하는 터라 근본적인 해결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