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영서가 지목했던 '위대한 기업'도 위기에 흔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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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략엔 정답이 없어…성과 따라 평가 나뉠 뿐
인기 경영서 맹신 말아야
경영 전략엔 정답이 없어…성과 따라 평가 나뉠 뿐
인기 경영서 맹신 말아야
지난해 8월1일 미국의 전직 역사 교사 한 사람이 65년의 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많은 학생과 졸업생들이 이 소식을 듣고 몹시 안타까워했다. 콘웨이고등학교 짐 오웬(Jim Owen) 선생님의 세계사 수업은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첫날 수업부터 세계사의 매력에 빠지곤 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오웬 선생님은 여느 선생님처럼 첫 수업에서 자신을 소개했고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며 시험은 언제 있을지 등을 설명했다. 수업 시작 후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무장한 십대 네 명이 교실로 뛰어들어왔다. 그들은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총기를 휘두르며 “모두 꼼짝 마!”라고 소리쳤다. 그들은 곧장 교탁으로 가서 오웬 선생님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지갑을 빼앗고, 책상 위에 있는 생활기록부를 훔쳐서 잽싸게 도망갔다. 교실에 난입해 도망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초도 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충격에 빠져 어쩔 줄을 몰랐다.
소동이 끝나자 오웬 선생님은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그들이 본 것은 연기였으니 놀라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학생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에게 첫 번째 과제를 내겠습니다. 다들 종이 한 장씩 꺼내서 방금 일어난 일을 가능하면 자세하게 쓰세요.”
10분 뒤에 오웬 선생님은 학생들이 제출한 종이를 하나씩 들고 큰 소리로 읽어줬다. 놀랍게도 학생들이 적어낸 스토리들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무장강도가 남자 네 명이라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이라고 적었다. 이어서 무장강도가 총을 들었다는 목격자도 있었고, 검은색으로 칠한 물총 또는 칼을 들었다는 목격도 있었다. 한 자리에서 한 사건을 보았는데도 학생들의 기록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오웬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가 방금 본 것처럼 역사는 기록한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승자의 역사는 패자의 역사와 다릅니다. 앞으로 우리가 세계사 여행을 떠나면서 이것만큼은 꼭 마음에 새기기 바랍니다. 자, 책을 펴고 제1장으로 넘어갑시다.”
기업 경영에서도 경영성과에 따라 경영자의 선택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경영성과가 우수하면 경영자의 선택은 모두 옳은 것처럼 찬양받는다. 지난해까지 성과가 우수했던 경영자가 올해 신사업에 진출하면 과감하다는 평을 받는다. 인수합병(M&A)을 하면 전략적 사업 다각화라고 칭송받는다. 하지만 그해 말 성과가 부진하면 그의 선택은 무모한 신사업 진출과 문어발식 확장이었다고 질타를 받는다.
시장을 뒤따라가면서 논평을 내놓는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으레 후견지명을 발휘하며 ‘내 이럴 줄 알았다’ 식의 평가를 내놓는다. 일견 이해가 된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과거에 진리라고 여겼던 것이 현재에는 들어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짐 콜린스는 2001년 수년간의 치밀한 분석을 통해 위대한 기업들의 비밀을 밝혀낸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펴냈다. 그는 수년 후 자신이 지목한 회사들이 위기에 빠지자 2009년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책을 냈다. 위대하다고 판명된 기업들이 10년도 채 지나기 전에 휘청댈 정도로 기업 세계는 변화무쌍하다.
우리는 경영서적을 읽으면서 약간의 의심과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내용을 주의깊게 읽되 덜컥 동의하기보다는 ‘이럴 수 있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후 경영사례 속 인물이 왜 그 순간에 그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른 태도다. 해외 유명 MBA 교수진이 케이스 스터디 방법론으로 학생을 가르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경영사례별 정답이 아니라 문제상황에 대응하는 논리라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이 한다고 무턱대고 따라 하거나, 국내 대기업이 사용한다는 제도나 관행을 무작정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하지 않던가. 겸손한 마음으로 앞서 성공한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되 현재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고 실험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진리로 믿었던 것이 내일도 여전히 진리란 보장은 없다.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판단 역량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대중의 판단을 삐딱하게 비판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오웬 선생님은 여느 선생님처럼 첫 수업에서 자신을 소개했고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며 시험은 언제 있을지 등을 설명했다. 수업 시작 후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무장한 십대 네 명이 교실로 뛰어들어왔다. 그들은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총기를 휘두르며 “모두 꼼짝 마!”라고 소리쳤다. 그들은 곧장 교탁으로 가서 오웬 선생님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지갑을 빼앗고, 책상 위에 있는 생활기록부를 훔쳐서 잽싸게 도망갔다. 교실에 난입해 도망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초도 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충격에 빠져 어쩔 줄을 몰랐다.
소동이 끝나자 오웬 선생님은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그들이 본 것은 연기였으니 놀라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학생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에게 첫 번째 과제를 내겠습니다. 다들 종이 한 장씩 꺼내서 방금 일어난 일을 가능하면 자세하게 쓰세요.”
10분 뒤에 오웬 선생님은 학생들이 제출한 종이를 하나씩 들고 큰 소리로 읽어줬다. 놀랍게도 학생들이 적어낸 스토리들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무장강도가 남자 네 명이라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이라고 적었다. 이어서 무장강도가 총을 들었다는 목격자도 있었고, 검은색으로 칠한 물총 또는 칼을 들었다는 목격도 있었다. 한 자리에서 한 사건을 보았는데도 학생들의 기록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오웬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가 방금 본 것처럼 역사는 기록한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승자의 역사는 패자의 역사와 다릅니다. 앞으로 우리가 세계사 여행을 떠나면서 이것만큼은 꼭 마음에 새기기 바랍니다. 자, 책을 펴고 제1장으로 넘어갑시다.”
기업 경영에서도 경영성과에 따라 경영자의 선택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경영성과가 우수하면 경영자의 선택은 모두 옳은 것처럼 찬양받는다. 지난해까지 성과가 우수했던 경영자가 올해 신사업에 진출하면 과감하다는 평을 받는다. 인수합병(M&A)을 하면 전략적 사업 다각화라고 칭송받는다. 하지만 그해 말 성과가 부진하면 그의 선택은 무모한 신사업 진출과 문어발식 확장이었다고 질타를 받는다.
시장을 뒤따라가면서 논평을 내놓는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으레 후견지명을 발휘하며 ‘내 이럴 줄 알았다’ 식의 평가를 내놓는다. 일견 이해가 된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과거에 진리라고 여겼던 것이 현재에는 들어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짐 콜린스는 2001년 수년간의 치밀한 분석을 통해 위대한 기업들의 비밀을 밝혀낸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펴냈다. 그는 수년 후 자신이 지목한 회사들이 위기에 빠지자 2009년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책을 냈다. 위대하다고 판명된 기업들이 10년도 채 지나기 전에 휘청댈 정도로 기업 세계는 변화무쌍하다.
우리는 경영서적을 읽으면서 약간의 의심과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내용을 주의깊게 읽되 덜컥 동의하기보다는 ‘이럴 수 있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후 경영사례 속 인물이 왜 그 순간에 그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른 태도다. 해외 유명 MBA 교수진이 케이스 스터디 방법론으로 학생을 가르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경영사례별 정답이 아니라 문제상황에 대응하는 논리라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이 한다고 무턱대고 따라 하거나, 국내 대기업이 사용한다는 제도나 관행을 무작정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하지 않던가. 겸손한 마음으로 앞서 성공한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되 현재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고 실험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진리로 믿었던 것이 내일도 여전히 진리란 보장은 없다.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판단 역량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대중의 판단을 삐딱하게 비판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