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자신만의 투자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낸 자문사들이 돋보인 한해였다. 자문형랩 열풍이 지나간 이후 자문업계가 재편되면서 성적이 좋은 자문사와 부진한 자문사간 희비가 엇갈렸다. [한경닷컴]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내며 자금을 끌어모은 스타 자문사 대표 10인에게 2014년 증시와 투자전략을 들었다. 11회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정환종 밸류시스템 투자자문 대표.
정환종 밸류시스템 투자자문 대표.
'데이터 야구'의 개척자는 김성근 감독으로 꼽힌다. 그는 축적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치밀하고 섬세한 야구로 SK와이번스를 2000년대 후반 최강팀으로 올려놨다.

설립 5년차인 밸류시스템 투자자문은 '빅데이터 자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10년 이상의 데이터를 통해 최고 '승률'을 찾아낸다. 국내에 상장된 1700여 기업의 자산과 실적, 금리 환경, 저평가 요인 등 수백 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를 수 있는 저평가 종목을 찾아내는 전략이다.

밸류시스템을 이끄는 정환종 대표(사진)는 33세로 업계 최연소다. 정 대표는 지난해 '대형 사고'를 쳤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밸류시스템의 일반주식형 일임펀드 수익률은 30.14%. 순자산 100억 원 이상 투자자문사 중 2위에 올랐다.

자문업계 '루키' 정 대표가 바라본 올해 증시 전망은 어떨까. 최근 서울 삼성동 밸류시스템 사무실을 찾았다. 앳된 얼굴의 정 대표는 숫자로 빽빽한 빅데이터 자료를 모니터 화면에 펼쳐 보였다.

◆"화학·카지노에 기대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 지수가 반등하는 등 세계 경기가 상승 흐름을 보일 땐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강했습니다. 올해는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 대표는 경기 회복 흐름을 타고 대형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장기간 중소형주 장세가 지속되면서 대형주 주가도 저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 기업에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기업 이익이 개선될 조짐을 보인다" 며 "지난해 하반기 낙폭과대 업종을 위주로 상승했지만 시장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올 상반기 실적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장세가 시작되는 시기엔 대형주가 강세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로 장기채 매입이 중단되면 채권의 장단기 금리차(스프레드)가 확대될 것" 이라며 "그동안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는 국면에선 한국 증시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양적완화 축소 자체가 미국의 경제 회복의 증거여서 한국 기업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눈여겨 볼 업종으로 화학, 카지노를 꼽았다.

화학 업종의 경우 2011년 이후 지루하게 이어져 온 긴 조정이 완료된 것으로 진단했다. 정 대표는 "유럽과 중국이 경기를 회복하면서 중동과 중국 석유화학 제품이 소비될 것"으로 예상했다. 개별 종목으론 롯데케미칼GS를 추천했다.

중국인들의 카지노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시아 카지노 시장 급성장에도 주목했다. 정 대표는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으로 오는 거리가 마카오보다 더 가깝다" 며 "정부 정책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우호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감각에 의존한 투자보다 '숫자'를 믿는다"

밸류시스템 창업 멤버. 왼쪽부터 최상민 이사, 정 대표,  유민혁 중소형 팀장, 양기정 운영본부장.
밸류시스템 창업 멤버. 왼쪽부터 최상민 이사, 정 대표, 유민혁 중소형 팀장, 양기정 운영본부장.
밸류시스템은 올해 운용 전략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웠다.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에 대비해 대형주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키로 했다. 중소형주 가운데 개별적인 실적 성장동력(모멘텀)을 보유한 기업을 적극 매수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동물적인 감각만으로 종목을 고르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한"고 강조했다.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역발상 투자'를 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데이터를 살펴 보면 평균 4분기 정도 기업이익이 증가한 뒤 3분기 정도 다시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빛나는 실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에 투자하면 1년도 안돼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실적 실망감이 번지는 기업은 오히려 주가가 올랐습니다."

밸류시스템을 이끄는 6명의 30세 젊은 청년들은 모두 여의도 증권가 경험이 없다. "증권업계의 고착화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정 대표의 의지다. 현재 투자일임 계약고는 약 730억 원. 98%가 개인 고객들이다.

"남의 돈을 맡아 불리는 것도 하나의 기부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1호 고객은 20년째 같은 TV를 쓰던 공무원이었는데 아무리 아껴도 행복하지 않다며 찾아왔었죠. 지난해 이 고객에게 '수익률 60%'를 안겼습니다. 저희를 믿은 고객에게 수익을 남겨주는 게 행복을 기부하는 일 아닐까요."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