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0일 오후 2시37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산은금융지주 자회사인 KDB대우증권 매각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권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현대증권 동양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줄줄이 매물로 나오면서 ‘제값 받고 팔기’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신 위원장은 10일 기자와 만나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우증권을 매각하는 대신 자회사로 두면서 정책 투자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주인을 찾은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현대, 동양 등 10여개 증권사가 매물로 나와 있지 않냐”며 “지금 대우증권을 시장에 내놓으면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제값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우증권 매각은 먼 훗날 얘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산은금융지주 자회사인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 역량을 활용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한계기업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가 대우증권 매각을 보류한 이유에 대해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이나 회사채 인수 등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우증권을 밑에 두고 돕게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 보류는 증권사 M&A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우증권에 눈독을 들이던 잠재 매수자들이 현대, 동양 등 매물로 나온 다른 증권사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2011년부터 계속된 증권시장 침체 여파로 시장에는 이트레이드, 아이엠투자, 리딩투자, 애플투자 등 10여개 중소 증권사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 매각은 물 건너간 만큼 시장의 관심이 현대증권에 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