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4→113→12→26.’

지난 29년간 삼성전자 TV 리모컨에 있는 조작버튼 수의 변화다. 1985년 처음 내놓은 리모컨 ‘TM07’은 간단한 구조였다. 23개의 버튼으로 구성됐고 그중 12개는 숫자표시 버튼이었다. 특정 기능을 가진 버튼은 전원, 채널, 음향 등 11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큰 인기를 끌었다. 채널을 바꾸기 위해 TV에 다가가 로터리식 손잡이를 ‘두드득’ 돌려야 했던 소비자들은 ‘누워서도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의 편리함을 만끽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욕심을 내 리모컨에 더 많은 기능을 넣었다. 1990년대 초반 나온 ‘TM48’에선 버튼이 48개로 늘었다. 비디오플레이어를 조정하는 플레이 버튼 등이 대거 탑재됐다. 그리고 1990년대 말에는 버튼 수가 54개(TM57)로 늘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기능과 디자인에 변화를 꾀했다. 이를 통해 2000년대 초반 나온 ‘TM77’은 유선방송과 케이블방송까지 아우르는 통합 리모컨이었다. 2000년대 후반엔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됐고, 2010년 3차원(D) 기능까지 탑재됐다. 2011년 나온 스마트TV용 ‘TM1190’은 인터넷 기능이 추가되면서 뒷면에 ‘쿼티’ 자판이 탑재돼 무려 113개의 버튼을 갖게 된다.

2012년 리모컨은 또다시 변신한다. 터치패드가 들어간 ‘TM1290’은 버튼을 12개로 줄였다. 음성 인식 기능도 추가돼 스마트TV 조작이 쉬워졌다. 작년엔 콘텐츠 추천, 검색 핫키 등이 더 들어가 버튼이 다시 16개로 늘었다.

올해 출시될 ‘스마트 컨트롤’ 리모컨은 최첨단 디자인에 혁신적인 기능까지 담았다. 납작한 조약돌 모양으로 잡기 편안할 뿐 아니라 들고 흔들면 스마트TV의 커서가 따라 움직인다. 터치패드도 달려 있다. 문제는 값이다. 1만~3만원대이던 TV 리모컨은 첨단 기능을 담으며 10만원대 이상으로 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리모컨은 TV로 치면 조연에 불과하지만 TV의 스마트화 속에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며 “보다 쉽고 편리한 방향으로 리모컨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