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흐루시초프와 만나 ‘철의 장막’을, ‘핑퐁 외교’를 통한 중국 마오쩌둥과의 사상 첫 미·중 정상회담으로 ‘죽(竹)의 장막’을 연 대통령.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켜 우주시대를 열고,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키며 세계 평화의 기반을 마련한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다. 그는 성공한 대통령이었다. 단 1972년 6월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닉슨은 19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휘티어대와 듀크대에서 법학을 전공해 1937년 변호사가 됐다. 2차 세계대전 참전 후 194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반미활동특위에서 이름을 날리며 1950년 연방 상원에 등원해 1952년 39세에 아이젠하워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됐다. 1960년 케네디에 패했지만 1968년 대통령이 됐다.

물가·실업문제를 개선하고, 세계 각국의 자주안보를 주장한 ‘닉슨 독트린’으로 세계 평화의 초석을 놓았지만 1972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 민주당 사무실 도청사건은 그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사실 도청사건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같은 해 11월 닉슨은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조사 요구에 책임회피와 거짓말로 일관하다 특별검사 해임이라는 자충수를 뒀다. 의회는 국회모독 등을 이유로 탄핵을 의결했고 1974년 8월 닉슨은 사임을 발표, 미국의 첫 불명예 퇴진 대통령이 됐다.

퇴임 후 정치원로로서 외국을 방문하고 회고록을 쓰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 1994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