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신한금융투자가 달라졌다. 순이익 기준 업계 10위권에서 맴돌던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3위로 급성장했다. 리서치, 법인영업, 국제영업,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발행금액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는 선두권을 싹쓸이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사진)의 ‘컴백’으로부터 시작됐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신한증권 출신인 강 사장은 회사를 떠난 지 7년 만인 2012년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와 2년도 안돼 가시화된 성과를 내고 있다. 강 사장은 “직원들의 자신감 회복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영업 최전선에서 잔뼈가 굵은 강 사장은 “1980년대 자본시장 개방 이후 30여년간 봐왔던 증권업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중개(브로커리지)에 기반을 둔 증권업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그는 ‘업황이 부진하기 때문에’라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증권사들이 제한적인 시장에서 똑같은 서비스, 똑같은 사업모델로 경쟁하다 보니 업계 전체가 힘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사장은 고객에게 창조적이고 차별적인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증권회사가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상품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강 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금융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상품구조가 공개되고 조금만 성공해도 너도나도 베끼기에 들어간다”며 “중소형 증권사가 공 들여 개발했더라도 대형사가 ‘카피’해 더 많이 팔아버린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기존 상품보다 혁신적인 금융상품에는 3~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2009년부터 모두 20개 금융상품에 배타적 사용권이 주어졌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더블세이프원금보장ELS와 투윈스ELS에 대해 각각 3개월을 인정받았다. 그는 “혁신적 금융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을 2~3년 장기간 보장해야 증권사들이 악착같이 자기만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신한금융투자가 그동안 취약했던 대체투자 부문을 올해부터 활성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자원과 에너지, 인프라 등 주식 채권을 제외한 대체투자와 사모펀드(PEF) 출자를 담당할 투자금융부를 만들었다. 자산유동화와 구조화 상품을 담당하는 구조화금융팀은 구조화금융부로 승격시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대체투자 영역을 확장해 회사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고객 상품을 다양화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강 사장은 “대체투자 영역은 지주회사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며 “올해는 대체투자 활성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외형과 고객 신뢰는 상관이 없다”면서 “덩치가 가장 큰 증권사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인정해주는 증권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엔 브로커리지로 회사 돈을 벌기 위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주식 영업을 해왔지만, 고객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시장이 좋지 않을 땐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갈아타고 모멘텀이 있을 때만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젠 그런 증권사가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능력을 고도화해 고객의 자산관리에 차별성을 인정받고 고객들이 스스로 돈을 맡기러 찾아오는 증권사, 이것이 바로 강 사장이 꿈꾸는 증권사라고 덧붙였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