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기업 잘 알면 '숫자' 몰라도 돈 빌려줄 수 있어"
“기업 신용평가에서 재무제표는 한정된 정보만 얻을 수 있어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지난달 16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프랑크 샤이딕 DZ뱅크 글로벌담당 이사(사진)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업 실적을 중심으로 대출을 결정하는 한국 금융사의 상식과 상반되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독일에는 업력이 오래된 가족기업이 많은데 그런 기업일수록 구체적인 실적 공개를 꺼린다”며 “기업과 사주를 잘 안다면 ‘숫자’를 몰라도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축은행과 신협이 지역에 철저히 뿌리내리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출 담당자는 물론 비서까지 10년 넘게 바뀌지 않고 기업과 관계를 지속한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형은행의 대출시장 점유율이 11.5% 감소하는 동안 저축은행은 5.7%포인트, 신협은 4.5%포인트 증가했다.

샤이딕 이사는 한국 중소형 금융사들에 “이익 극대화에 앞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