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문구 있으면 조망권 침해로 계약취소 못해
독특한 아파트 외관 디자인 때문에 일조·조망권을 침해받더라도 분양 책자에 작게라도 주의 문구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제30민사부(부장판사 조한창)는 인천 논현 힐스테이트(사진) 계약자 이모씨(45) 등 11명이 “아파트 외관 탓에 베란다창 상당 부분이 가려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시공사 현대건설과 시행사 삼정하우징을 상대로 낸 6억원대 계약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계약금 전액 반환’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분양안내 책자에 1㎜ 크기의 주의 문구가 적혀 있었고 모델하우스에도 부착돼 있었다”며 “외관 디자인 장식물로 창이 일부 가려질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도 정보 제공이 미흡했음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씨 등이 2007년 아파트를 분양받을 당시 회사 측은 독특한 외관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체 594가구 중 524가구는 베란다 쪽 거실 벽면 전체가 유리창이지만 이씨 등이 계약한 가구는 외관 장식물 때문에 75㎝가량 창턱이 올라와 창의 상당 부분이 가려졌다.

현대건설은 분양 책자 밑부분에 1㎜ 크기로 ‘외관 디자인으로 일부 세대의 창문 상하부 장식에 의한 간섭이 일부 발생할 수 있다’고 표시했고, 모델하우스의 거실 창문 등에 가로 20㎝, 세로 12㎝ 크기의 안내판을 만들어 고지했다. 공정위는 2011년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작은 글씨나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알렸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