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 "나이는 상관없어…나는 최고령선수 아닌 그냥 선수"
“인생은 순간에도 도전이다. 최향남답게!!” 지난달 말 필리핀에서 개인훈련 중이던 현역 최고령 투수 최향남 선수(43·사진)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었다.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 최 선수는 김 감독의 생일 때 제주 전지훈련장으로 인사를 갔었다. “고양원더스에 네 자리는 있으니 생각 있으면 오라”는 김 감독의 말에 “진짜요?”라며 농담을 주고받긴 했지만 문자메시지를 받은 최 선수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짐을 챙겨 곧바로 귀국해 지난 6일 김 감독을 만났고, 그날부로 최 선수의 소속팀은 기아타이거즈에서 독립구단 고양원더스로 바뀌었다.

고양원더스의 일본 전지훈련 출발 하루 전인 9일 서울 석촌동 최 선수의 집 근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선수로서 빼어난 기록은 많지 않지만 2012년 최고령 세이브기록을 경신했던 프로선수가 독립구단이라는 다소 ‘의외의 선택’을 한 이유를 물었다.

“감독님의 메시지가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감독님은 제가 1990년 해태에 입단했을 때 2군 감독이었는데, 25년째 뵙고 있네요. 제겐 아버지 같은 분이거든요. 그런 분이 손을 내미신 거죠. 나이도 나이인 만큼 훌륭한 지도자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선수로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다질 수 있는 비전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한국 나이로 마흔네 살, 야구선수로는 ‘환갑’도 지난 나이에 독립구단 선수로서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는 최 선수. 그는 별명대로 ‘풍운아’였다. 최 선수는 1990년 해태타이거즈에 입단해 LG, 기아, 롯데로 옮겼다가 23년차이던 2012년 다시 기아 유니폼을 입었다. 그 과정 중엔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LA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트리플A 무대에서 꽤 괜찮은 성적(2006년 8승5패 방어율 2.37, 2009년 9승2패 방어율 2.34)을 올렸으나 메이저리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일본 독립리그와 도미니카공화국·멕시코·대만 윈터리그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다.

프로선수로만 만 24년. 그에게 야구의 의미를 물었다. “‘재미’인 것 같아요. 하면 할수록 하나씩 더 알게 되는 재미가 있어요. 주변에서 하도 ‘최고령, 최고령’ 하니까 그런 줄 알지, 운동할 때 나이는 잊고 삽니다. 체력이 문제인데, 젊었을 땐 술도 마시면서 운동했지만 이젠 그렇게 하면 몸이 못 버티니 술·담배는 안 하게 되더군요.”

인생관도 물어봤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설법’이 이어졌다. “삶의 목표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가 뜻한 바를 정해놓고 욕망을 자제하며 정진하면 삶 자체도 재미있을 것이고, 설령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지 않겠습니까. 가령 좋은 차를 사고 싶다는 욕망은 그 차를 사고 나면 ‘땡’이잖아요. 인생의 목표는 그런 것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천년이 두 번 지난 세월 2014.’ 야구만을 바라보며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최 선수의 카카오톡 자기소개글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