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토착비리 세력들이 바짝 긴장할 것 같다.”

지난 10일 검찰의 중간간부급 인사를 지켜본 법조계 안팎의 반응이다. 대기업 오너들을 줄줄이 구속시켰던 여환섭 윤대진 부장 등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부장들이 16일자로 대거 지방청으로 내려간다. 서울중앙지검 직임부장 28명 가운데 26명의 지방행은 검찰 초유의 일이다. 사건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수사를 벌일 이들 베테랑 ‘칼잡이’들이 올 한 해 전국 각 지방에서 앞다퉈 올려보낼 ‘장계(狀啓)’에 대한 기대로 검찰 수뇌부는 벌써부터 들떠있다는 후문이다.

2009년 홍성군청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당시 군수를 비롯해 군 전체 공무원 677명의 16%에 해당하는 108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사무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공금을 빼먹는 등 전형적인 토착비리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까지 격노했다고 한다. 이 비리를 파헤친 검사가 바로 당시 대전지검 홍성지청에 내려가 있던 윤대진 부장검사다.

이번 인사는 지난달 2일 취임한 김진태 검찰총장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축구에서처럼 전후방 어디서든 실력을 발휘하는 ‘토털 사커’가 되라는 게 총장의 일관된 주문”이라며 “지방에서 실력을 인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인사로 검찰 엘리트 코스가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6개월에 한 번씩 평가받는 검사들은 평가 결과가 쌓이면서 자동으로 서열이 매겨진다. 그 결과 상위 서열 검사들의 진로는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이번에 깨졌다. 부산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난 권정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대표적이다. 전국 부장검사 중 최선임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출신의 다음 코스는 종래 법무부 대변인이나 기획관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과와 관계없이 다음 발령지가 정해진다면 지방에서는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총장의 평소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