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10% 오면 GDP 1% 뛰는데…화물 터미널에 내리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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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저성장 - 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4) '글로벌 쇼퍼' 유치전략 세워라
수출만으로 내수 활력 한계
지난해 관광객 15조 '쇼핑'…아반떼 53만대 수출 효과
인프라 더 신경써야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 없어…셔틀버스·화장실도 큰 불편
수출만으로 내수 활력 한계
지난해 관광객 15조 '쇼핑'…아반떼 53만대 수출 효과
인프라 더 신경써야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 없어…셔틀버스·화장실도 큰 불편
지난달 21일 오전 9시30분께 인천 신항의 한 부두. 중국 상하이에서 온 이탈리아 국적 크루즈 선박 ‘코스타아틀란틱호(8만5000t)’가 정박하자 1000여명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150만~200만원 하는 4박5일 크루즈 관광을 온 이들은 곧장 관광버스 22대에 나눠 타고 ‘경복궁~인사동~명동~면세점’과 ‘강남~가로수길~압구정동~면세점’ 중 한 코스를 선택해 당일치기 서울투어를 떠났다.
◆‘내수의 세계화’로 접근해야
이날 오후 크루즈 관광객 700여명이 휩쓸고 간 롯데백화점 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 매장과 쿠쿠 압력밥솥 매장은 일부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다. 이들 손엔 마스크팩, 비비크림 등 화장품과 김, 밥솥, 유아용품 등이 가득 들려 있었다. 크루즈 관광객 400여명이 다녀간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배가 들어오는 날은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들이 4박5일 동안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은 10억원(1인당 998달러)을 넘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쇼퍼 수입정책(global shopper import policy)’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내수 규모가 제한된 국내 여건을 감안해 원정 쇼핑족(族)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자영업자와 제조업체의 생산 및 매출 증가→고용 창출→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내수 활성화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자는 얘기다.
사실 수출만으로는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를 일으켜 세우기 힘든 게 한국의 경제 구조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이유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내수 활성화의 근본적인 해법은 가계 부채문제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수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세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에 GDP 달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210만명으로, 전년(1114만명)보다 9% 늘어났다. 이들이 작년 한국에서 쓰고 간 돈만 15조4748억원에 달한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미국 수출가 2899만원) 53만4000대를 수출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쇼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원정 쇼핑족’도 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쇼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비중은 2007년 12.6%에서 2011년 35.5%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에서 쇼핑한 경험이 있는 관광객은 전체의 72.8%로 고궁 관람(14.2%)이나 자연 경관 감상(13.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특히 중국 관광객 다섯 명 중 한 명(20.1%)은 한국에서 3000달러 이상을 쓰고 갔다.
안중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2012년 해외여행을 간 8300만명의 유커가 쓴 1020억달러 가운데 10%만 한국에서 소비한다면 GDP(1조1635억달러)의 약 0.9%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내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012년 한국을 방문한 284만명의 중국인 관광객 지출 규모는 34억달러(3.3%)에 불과하다.
◆임시 부두에 내리는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은 뒤 지난해 1200만명 고지를 달성했지만 GDP 대비 관광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이탈리아(4.0%)나 프랑스(3.8%) 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2.8%)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관광 인프라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관광객은 크루즈 터미널에 내리는 게 아니라 화물이 드나드는 컨테이너 터미널에 내려야 한다. 크루즈 터미널이 아직 지어지지 않아서다. 또 터미널과 시내를 잇는 셔틀버스가 없고, 심지어 변변한 화장실도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개별 관광을 하려면 미터기 요금의 두세 배를 부르는 ‘바가지 택시’를 타야 할 수도 있다.
외국 관광객에 대한 후진적 상술도 여전하다. 지난 11일 오후 2시 ‘면세(DUTY FREE)’ 푯말이 달린 서울의 한 기념품점에선 “타이구이, 타이구이(太貴·너무 비싸다)”라는 중국말이 들렸다. 한 관광객이 좀 싸다 싶어 집어든 플라스틱 물병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찍혀 있었다. 서울 시내 C쇼핑센터에서 중국인이 선호하는 한국제 압력밥솥은 41만8000원이었다. 국내 인터넷쇼핑몰에서 30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인천=김우섭/유승호 기자 duter@hankyung.com
◆‘내수의 세계화’로 접근해야
이날 오후 크루즈 관광객 700여명이 휩쓸고 간 롯데백화점 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 매장과 쿠쿠 압력밥솥 매장은 일부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다. 이들 손엔 마스크팩, 비비크림 등 화장품과 김, 밥솥, 유아용품 등이 가득 들려 있었다. 크루즈 관광객 400여명이 다녀간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배가 들어오는 날은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들이 4박5일 동안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은 10억원(1인당 998달러)을 넘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쇼퍼 수입정책(global shopper import policy)’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내수 규모가 제한된 국내 여건을 감안해 원정 쇼핑족(族)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자영업자와 제조업체의 생산 및 매출 증가→고용 창출→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내수 활성화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자는 얘기다.
사실 수출만으로는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를 일으켜 세우기 힘든 게 한국의 경제 구조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이유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내수 활성화의 근본적인 해법은 가계 부채문제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수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세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에 GDP 달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210만명으로, 전년(1114만명)보다 9% 늘어났다. 이들이 작년 한국에서 쓰고 간 돈만 15조4748억원에 달한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미국 수출가 2899만원) 53만4000대를 수출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쇼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원정 쇼핑족’도 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쇼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비중은 2007년 12.6%에서 2011년 35.5%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에서 쇼핑한 경험이 있는 관광객은 전체의 72.8%로 고궁 관람(14.2%)이나 자연 경관 감상(13.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특히 중국 관광객 다섯 명 중 한 명(20.1%)은 한국에서 3000달러 이상을 쓰고 갔다.
안중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2012년 해외여행을 간 8300만명의 유커가 쓴 1020억달러 가운데 10%만 한국에서 소비한다면 GDP(1조1635억달러)의 약 0.9%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내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012년 한국을 방문한 284만명의 중국인 관광객 지출 규모는 34억달러(3.3%)에 불과하다.
◆임시 부두에 내리는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은 뒤 지난해 1200만명 고지를 달성했지만 GDP 대비 관광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이탈리아(4.0%)나 프랑스(3.8%) 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2.8%)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관광 인프라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관광객은 크루즈 터미널에 내리는 게 아니라 화물이 드나드는 컨테이너 터미널에 내려야 한다. 크루즈 터미널이 아직 지어지지 않아서다. 또 터미널과 시내를 잇는 셔틀버스가 없고, 심지어 변변한 화장실도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개별 관광을 하려면 미터기 요금의 두세 배를 부르는 ‘바가지 택시’를 타야 할 수도 있다.
외국 관광객에 대한 후진적 상술도 여전하다. 지난 11일 오후 2시 ‘면세(DUTY FREE)’ 푯말이 달린 서울의 한 기념품점에선 “타이구이, 타이구이(太貴·너무 비싸다)”라는 중국말이 들렸다. 한 관광객이 좀 싸다 싶어 집어든 플라스틱 물병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찍혀 있었다. 서울 시내 C쇼핑센터에서 중국인이 선호하는 한국제 압력밥솥은 41만8000원이었다. 국내 인터넷쇼핑몰에서 30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인천=김우섭/유승호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