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붕괴 25년, 게르만의 비상] 비례대표, 인물보다 정당 초점…총의석의 절반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인물보다 정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비례대표 의석이 총 의석의 절반에 달한다. 이론상 지역구과 비례대표가 299석씩 총 598석이다. 다만 ‘초과 의석’이 발생하면 총 의석도 늘어난다.

한국은 미리 정해진 비례대표 54석(총 300석의 18%)을 각 정당이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고 나면 그걸로 끝난다.

그러나 독일은 정당 득표율로 먼저 각 정당이 확보할 지역구와 비례대표 합산 의석을 계산한다. 여기서 각 당의 지역구 당선자를 뺀 만큼 비례대표 의석(299석)을 1차 배분한다.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더 많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이 차이를 ‘초과 의석’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지역구 당선을 취소시킬 순 없으니 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총 의석을 늘린다. 초과 의석은 사실 지역구 선거에서 유리한 메이저 정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이 때문에 소수 정당인 녹색당이 과거 헌법 소원까지 낸 적도 있다.

2012년 개정 선거법은 특정 정당에서 초과 의석이 발생하면 전체 의석 분포를 한번 더 계산하도록 했다. 1차 배분에서의 정당별 의석이 줄어들지 않는 범위에서 실제 정당 득표율과 가장 유사한 조합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1차 배분이 끝난 정당별 의석 분포는 △기독민주당 242석(40.2%) △사회민주당 183석(30.4%) △좌파당 60석(10.0%) △녹색당 61석(10.1%) △기독사회당 56석(9.3%) 등 총 602석이었다. 여기에는 초과 의석 4석(기민당)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2차 배분에서 △기민당 255석(40.5%) △사민당 193석(30.5%) △좌파당 64석(10.2%) △녹색당 63석(10.0%) △기사당 56석(8.8%) 등 총 의석이 631석으로 늘었다. 정당별 의석 비율이 실제 정당 득표율과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일치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의석 배분의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이보다 더 민주적인 방식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