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전동에 있는 산업용 특수복 제조업체 지구(대표 전수현)는 지난해부터 고강도 슈퍼섬유인 아라미드섬유를 활용한 방화원단을 개발하고 있다. 이 원단은 500도가 넘는 고열에도 타거나 녹지 않아 소방복과 군복 제조에 적용된다. 이 회사 전수현 대표는 “제품이 본격 생산되는 내년에는 연매출이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지역 섬유업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의류·섬유산업을 이끌었던 대구·부산·경남 진주 등 영남권이 지역 특색과 첨단 기술이 더해진 산업용 첨단 섬유로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신소재 섬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춘식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은 “산업용 섬유는 연평균 5.1%의 성장세를 보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앞다퉈 신소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남 '섬유 삼각축', 첨단 옷 입고 부활

○산업용 섬유 등으로 재도약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성재섬유(대표 권성열)는 산업용 안전화의 내답판(발바닥을 보호하는 철판)을 섬유로 대체하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원단 두께가 3.3㎜로 얇아 가벼우면서도 철판처럼 단단하다.

섬유 원단만을 생산해오던 이 회사는 1998년부터 산업용 섬유로 눈을 돌렸다. 권성열 대표는 “신기술 개발로 내년 매출이 5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대구 산업용 섬유 수출은 2010년 1억5000만달러에서 2015년 4억50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는 2010년부터 슈퍼소재융합제품산업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240곳이던 산업용 섬유 업체는 지난해 370곳으로 증가했다.

부산 송정동에 있는 해성엔터프라이즈(대표 마남열)는 4년이 지나면 자연분해되는 ‘생분해성 원사’를 개발했다. 두께는 일반 실(0.47㎜)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나일론 원사의 90% 수준이다. 마남열 대표는 “산업용 소재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에서는 지역 주력 산업인 선박해양산업과 연계한 해양산업용 섬유를 개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시는 2010년 170개이던 산업용 섬유 업체가 2020년 420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실크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진주시는 세라믹섬유 실용화를 위한 첨단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대구·부산·진주 삼각축

대구·부산·진주가 ‘영남권 산업용 섬유 삼각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섬유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2015년 4월까지 135억3600만원을 투입해 공동협력사업으로 산업용 섬유 소재 개발을 위한 통합 시스템과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대구시는 2018년까지 1400억원을 들여 슈퍼섬유 융합사업에 나섰다. 원천기술 연구시설 확충을 위한 소재가공센터도 짓고 있다.

부산시는 해양산업용 섬유 개발에 나서 올해부터 해양용 섬유산업 총괄본부를 세우고 앞으로 6년간 364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진주시는 2016년까지 240억원을 들여 우주항공·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될 세라믹섬유실용화센터를 세울 방침이다.

김덕용/김태현/강종효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