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류 이제부터다] 장기적 안목·M&A·제조업체와 동반진출이 '세가지 성공비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中) 해외진출 '3색 방정식'
국내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긴 쉽지 않다. 외국 자본에 대한 정서적 반감과 인허가의 어려움 등 수많은 변수가 있어서다. 그렇다면 해외 진출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일까. 신한은행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현대캐피탈 등 해외 진출에 나름 성공한 회사의 사례를 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해진다. 긴 안목을 갖고 꾸준하게 현지 영업을 확대하거나 탄탄한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게 비결로 꼽힌다. 제조업체 등과 동반 진출을 통한 성장 전략도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1) 신한銀, 20년 공들여 베트남서 우뚝…외국계 은행 중 순이익 2위
신한은행은 22년 전인 1992년 현지 은행과 합작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20년 넘게 현지화 작업을 벌인 결과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2위(순이익 기준)로 우뚝 섰다.
초기엔 쉽지 않았다. 현지 금융시장 인프라가 낙후돼 있는데다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다. 나종윤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부장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고 자동이체 시스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현지 거래업체의 월급날만 되면 은행 직원들이 돈을 트럭에 싣고 나가 나눠줘야 했다”며 진출 초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황무지 같던 베트남 금융시장을 뚫은 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추진한 ‘현지화’ 덕분이었다. 처음부터 베트남 현지 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했다. 지금은 전체 직원 544명 중 512명(94.1%)이 현지인이다. 10개 지점의 부지점장도 모두 베트남 사람이다. ‘한국식 영업전략’도 한몫했다. 현지 기업 고객을 확보해 그 회사 직원들을 은행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2012년만 해도 현지 기업 고객 수는 134곳이었지만 현재는 341곳(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 최근엔 법인카드 개념을 현지 시장에 처음 도입하고 카드사용 내역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한국식 서비스까지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말 신한베트남은행의 자본금은 3억2500만달러로 베트남에 있는 5개 외국계 은행 중 1위다.
(2) 미래에셋, 공격적 M&A로 고공비행…인수·투자로 11개국 진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홍콩에 법인을 설립한 후 10여년 만에 영국 인도 브라질 등 11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박현주 회장이 일찍부터 “수익의 50%를 해외에서 내야 한다”고 강조한 영향이 컸다.
이 과정에서 사무소를 설립해 수년간 시장조사를 거친 뒤 법인으로 전환하는 금융회사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곧바로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회사를 인수합병(M&A)해 현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2011년 6월과 8월엔 대만 및 캐나다의 현지 운용사를 직접 인수했다. 1430억원을 주고 캐나다의 대형 운용회사인 ‘호라이즌 베타프로’ 지분 85%를 가져왔을 때는 국내 금융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미래에셋은 요즘 미국의 중형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총자산 4조~5조원 규모인 이 미국계 액티브펀드 운용사를 인수하면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에서 빨리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의 운용자산 63조원 중 해외자산 비중은 작년 말 기준 36.5%(23조원)다. 세계 1위 골프용품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미국 최대 커피전문점 ‘커피빈 앤드 티리프’를 인수한 것도 자체 펀드 투자를 통해서다. 미래에셋은 현재 호주 광산 개발업체 등 여러 외국기업과 M&A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3) 현대캐피탈, 제조업과 손잡고 고수익…해외자산이 국내자산 웃돌아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요즘 국내에 머무는 시간과 해외에 있는 시간이 엇비슷하다. 해외 법인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고 있어서다. 정 사장의 스케줄은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해외 사업과 맞물린다. 이 회사의 해외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약 24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자산 규모인 20조2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작년 9월부터 해외 자산 규모가 국내 수준을 넘어섰다. 현대캐피탈은 독일 중국 등 총 8개국에 진출해 있다. 내년까지 23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이 해외에서 ‘잘나가는’ 이유는 현대·기아자동차와의 동반 진출 덕분이다. 금융이 제조업의 판매를 지원하는 형태로 함께 시장에 나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인지도가 높은 제조사와 동반 진출하면서 자동차 판매 증가가 금융 실적 확대로 연결됐다.
차별화된 서비스도 빛을 발했다. 상당수 국내 금융사는 현지의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한다. 현대캐피탈은 처음부터 현지인이 원하는 자동차 할부·리스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철저한 현지화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현대캐피탈 해외 법인의 현지 직원 비율은 90%를 웃돈다.
장창민/조재길/임기훈 기자 cmjang@hankyung.com
(1) 신한銀, 20년 공들여 베트남서 우뚝…외국계 은행 중 순이익 2위
신한은행은 22년 전인 1992년 현지 은행과 합작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20년 넘게 현지화 작업을 벌인 결과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2위(순이익 기준)로 우뚝 섰다.
초기엔 쉽지 않았다. 현지 금융시장 인프라가 낙후돼 있는데다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다. 나종윤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부장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고 자동이체 시스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현지 거래업체의 월급날만 되면 은행 직원들이 돈을 트럭에 싣고 나가 나눠줘야 했다”며 진출 초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황무지 같던 베트남 금융시장을 뚫은 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추진한 ‘현지화’ 덕분이었다. 처음부터 베트남 현지 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했다. 지금은 전체 직원 544명 중 512명(94.1%)이 현지인이다. 10개 지점의 부지점장도 모두 베트남 사람이다. ‘한국식 영업전략’도 한몫했다. 현지 기업 고객을 확보해 그 회사 직원들을 은행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2012년만 해도 현지 기업 고객 수는 134곳이었지만 현재는 341곳(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 최근엔 법인카드 개념을 현지 시장에 처음 도입하고 카드사용 내역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한국식 서비스까지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말 신한베트남은행의 자본금은 3억2500만달러로 베트남에 있는 5개 외국계 은행 중 1위다.
(2) 미래에셋, 공격적 M&A로 고공비행…인수·투자로 11개국 진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홍콩에 법인을 설립한 후 10여년 만에 영국 인도 브라질 등 11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박현주 회장이 일찍부터 “수익의 50%를 해외에서 내야 한다”고 강조한 영향이 컸다.
이 과정에서 사무소를 설립해 수년간 시장조사를 거친 뒤 법인으로 전환하는 금융회사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곧바로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회사를 인수합병(M&A)해 현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2011년 6월과 8월엔 대만 및 캐나다의 현지 운용사를 직접 인수했다. 1430억원을 주고 캐나다의 대형 운용회사인 ‘호라이즌 베타프로’ 지분 85%를 가져왔을 때는 국내 금융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미래에셋은 요즘 미국의 중형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총자산 4조~5조원 규모인 이 미국계 액티브펀드 운용사를 인수하면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에서 빨리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의 운용자산 63조원 중 해외자산 비중은 작년 말 기준 36.5%(23조원)다. 세계 1위 골프용품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미국 최대 커피전문점 ‘커피빈 앤드 티리프’를 인수한 것도 자체 펀드 투자를 통해서다. 미래에셋은 현재 호주 광산 개발업체 등 여러 외국기업과 M&A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3) 현대캐피탈, 제조업과 손잡고 고수익…해외자산이 국내자산 웃돌아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요즘 국내에 머무는 시간과 해외에 있는 시간이 엇비슷하다. 해외 법인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고 있어서다. 정 사장의 스케줄은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해외 사업과 맞물린다. 이 회사의 해외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약 24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자산 규모인 20조2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작년 9월부터 해외 자산 규모가 국내 수준을 넘어섰다. 현대캐피탈은 독일 중국 등 총 8개국에 진출해 있다. 내년까지 23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이 해외에서 ‘잘나가는’ 이유는 현대·기아자동차와의 동반 진출 덕분이다. 금융이 제조업의 판매를 지원하는 형태로 함께 시장에 나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인지도가 높은 제조사와 동반 진출하면서 자동차 판매 증가가 금융 실적 확대로 연결됐다.
차별화된 서비스도 빛을 발했다. 상당수 국내 금융사는 현지의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한다. 현대캐피탈은 처음부터 현지인이 원하는 자동차 할부·리스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철저한 현지화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현대캐피탈 해외 법인의 현지 직원 비율은 90%를 웃돈다.
장창민/조재길/임기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