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이 뿌리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울산과 진주 부산 대구 등 지자체마다 뿌리기술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특화된 산업단지도 조성한다고 한다. 정부도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년 대비 19.2%나 예산을 늘렸다. 입지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 연구개발과 장비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뿌리산업은 금형과 용접 주조 표면처리 소성가공 열처리 등 부품이나 완제품의 품질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마무리 처리 분야다. 근로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3D 업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300~500개의 금형이 필요하며 배를 건조하는 공정의 40%가 용접으로 이뤄지는 등 제조업의 실질적 근간이자 토대다.

국내 뿌리산업 기업은 2만409개사(2012년 말 기준)로 전체 제조업의 13.8%를 차지하고 종사자만 약 35만명으로 전체의 10.6%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금형과 용접은 그나마 선진국 수준에 따라왔지만 주조나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네 개 업종은 아직 외국 수준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국내 완성품 업체들은 필요한 기술의 절반을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아예 기업 내부에서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뿌리산업 기업들이 처해 있는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이 10인 미만 소기업이며 더구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주조나 표면처리 분야는 대표적 환경유해업종으로 간주되면서 공장의 신·증설에 제약을 받고 심지어 기업 이전 압박도 심한 편이다. 무엇보다 기술자들의 고령화가 큰 고민거리다. 종사자 절반 이상이 40대 이상이고 외국인 근로자가 30%다. 숙련공의 경험과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 기술노동 집약형 산업이지만 숙련공의 노하우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노하우를 축적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반면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오는 6월 지자체 선거에서는 기업의 활성화가 쟁점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