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러니 고객정보가 샐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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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13일 금융감독원이 긴급 소집한 금융회사 정보보호 담당 임원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였다. 회의 형식이었지만 90여명의 참석자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회의를 주재한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담당자의 목소리만 스피커를 통해 회의실에 울릴 뿐이었다.
담당 임원들로서는 최고경영자에게 까딱 잘못하다가는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보고를 하게 됐으니 걱정이 태산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동정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금융회사에서 나온 실무 직원조차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당해도 싸다는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이 이날 전달한 고객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보면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고객정보를 어떻게 취급해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런 것조차 하지 않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을 받나 싶을 정도로 초보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외부업체에 고객정보를 제공할 때는 정보 사용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업무를 마치면 제대로 파기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이 과연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내용인가. 시스템을 개발할 때 테스트용으로 사용한 고객정보를 삭제해야 한다는 등 금감원이 강조한 유의사항 하나하나가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어서 기가 찼다.
금융회사들은 고객정보 보호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영업이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해왔다. 누군가 마음먹고 정보를 훔치려 들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도 고정 레퍼토리다. 하지만 금감원이 회의에서 강조했듯이 고객의 신뢰가 없으면 영업도 없고 금융회사도 없다.
마침 고객정보 보호 회의가 열린 대회의실 바로 옆 강의실에서는 겨울방학을 맞아 교사들이 금융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주변에 기자들이 몰려들고 카메라 조명을 비추자 무슨 일인지 관심을 기울였다. 기본도 안 지킨 금융회사들의 대책회의라는 걸 교사들이 안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씁쓸하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담당 임원들로서는 최고경영자에게 까딱 잘못하다가는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보고를 하게 됐으니 걱정이 태산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동정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금융회사에서 나온 실무 직원조차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당해도 싸다는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이 이날 전달한 고객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보면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고객정보를 어떻게 취급해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런 것조차 하지 않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을 받나 싶을 정도로 초보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외부업체에 고객정보를 제공할 때는 정보 사용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업무를 마치면 제대로 파기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이 과연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내용인가. 시스템을 개발할 때 테스트용으로 사용한 고객정보를 삭제해야 한다는 등 금감원이 강조한 유의사항 하나하나가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어서 기가 찼다.
금융회사들은 고객정보 보호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영업이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해왔다. 누군가 마음먹고 정보를 훔치려 들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도 고정 레퍼토리다. 하지만 금감원이 회의에서 강조했듯이 고객의 신뢰가 없으면 영업도 없고 금융회사도 없다.
마침 고객정보 보호 회의가 열린 대회의실 바로 옆 강의실에서는 겨울방학을 맞아 교사들이 금융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주변에 기자들이 몰려들고 카메라 조명을 비추자 무슨 일인지 관심을 기울였다. 기본도 안 지킨 금융회사들의 대책회의라는 걸 교사들이 안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씁쓸하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