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들로네의 ‘라옹 대성당의 탑’(1912년, 개인소장)
로베르 들로네의 ‘라옹 대성당의 탑’(1912년, 개인소장)
프랑스 북부의 소도시 라옹에는 고딕 양식의 거대한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성당은 다른 곳과는 달리 실내에 밝은 흰색의 돌을 사용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점은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마을 사람들은 툭하면 이곳에 모여 공연을 펼치고 수다를 떨었다. 성당이 아니라 공회당이나 마찬가지였다.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로 분류되는 프랑스 화가 로베르 들로네(1885~1941)의 ‘라옹 대성당의 탑’은 마치 그런 들뜬 분위기를 포착한 것 같다. 입체파는 대상을 분해해 재구성하려 한 20세기 초의 미술운동인데 피카소가 좀 더 형태에 관심을 둔 데 비해 들로네는 밝고 화려한 색채 효과를 탐색했다. 소설가 위스망스는 ‘영혼이 빠진 성당’이라고 했지만 들로네는 성당에 활기찬 영혼을 불어넣은 것 같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