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로 분류되는 프랑스 화가 로베르 들로네(1885~1941)의 ‘라옹 대성당의 탑’은 마치 그런 들뜬 분위기를 포착한 것 같다. 입체파는 대상을 분해해 재구성하려 한 20세기 초의 미술운동인데 피카소가 좀 더 형태에 관심을 둔 데 비해 들로네는 밝고 화려한 색채 효과를 탐색했다. 소설가 위스망스는 ‘영혼이 빠진 성당’이라고 했지만 들로네는 성당에 활기찬 영혼을 불어넣은 것 같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