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골프장, 감면받은 체육기금 430억 '꿀꺽'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는 그린피 외에 세금이 포함돼 있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농특세·부가가치세 등을 합쳐 1인당 2만1120원의 세금에다 그린피 액수에 따라 1000~3000원의 ‘골프장 입장료 부가금’(국민체육진흥기금·이하 체육기금)이 매겨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골프장으로부터 받았던 체육기금을 지난해부터 국내 골프 활성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걷지 않고 있다. 이 체육기금 징수 중단이 위법과 ‘모럴 해저드’ 논란에 휩싸였다.

○골프장 체육기금 징수 중단은 ‘위법’

박인혁 골프소비자모임 사무국장은 13일 “문체육부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시행한 골프장 부가금 징수 폐지(체육기금 징수 중단)는 위법 행위로 무효 또는 취소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지난 10일 회원 18명과 함께 감사원에 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아울러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난해 골프장들로부터 징수하지 않은 체육기금을 징수토록 시정명령 조치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전국 회원제 골프장이 감면받은 체육기금만큼 입장료를 인하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받지 못한 체육기금은 430억원(2012년 기준)에 달한다. 국민체육진흥기금 재원으로 쓰여야 할 430억원을 고스란히 회원제 골프장에 갖다바친 꼴이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획재정부는 2012년 4월 제1차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내 골프 활성화를 위해 ‘회원제 골프장 시설 입장료 부가금’을 2015년까지만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어 4개월 뒤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를 앞당겨 2013년부터 감면키로 결정했다.

담당부처인 문체부는 같은 해 12월21일자 문체부 장관 명의로 골프장 체육기금 징수를 폐지한다는 공문을 징수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보냈다. 공단은 이에 따라 2013년 1월1일부터 현재까지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체육기금을 징수하지 않고 있다.

골프소비자모임의 대리인인 윤형한 변호사는 “체육기금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부과 근거가 규정돼 있어 법률의 개정이나 폐지에 의하지 않고 문체부 장관 독단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골프장 체육기금은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중요한 조성원으로 국민체육시설 확충을 위해 사용돼 왔으며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를 재원으로 대중제 골프장을 설치 운영해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상이전 수입(벌금 과태료 부가금 등)은 2012년 506억원이었고 이 중 골프장에서 거둔 체육기금 수입이 433억원으로 85.5%를 차지했다. 이 체육기금 폐지로 올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상이전 수입이 지난해보다 462억원 감소한 상태다.

○회원제 골프장, 체육기금 ‘꿀꺽’

회원제 골프장, 감면받은 체육기금 430억 '꿀꺽'
더욱 문제인 것은 회원제 골프장들이 체육기금을 징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회원에게 전혀 고지하지 않았고 입장료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골프소비자모임은 “골프장들이 입장객으로부터 체육기금을 원천 징수했음에도 이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납부하지 않은 채 이를 보유,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던 국민체육진흥기금은 그린피에 따라 1인당 1000원(그린피 4만원 이하)에서 최고 3000원이다. 골프장당 연 1억5000만~1억8000만원이며 215개 회원제 골프장을 모두 합치면 연간 430억원에 달한다.

회원제 골프장들은 ‘체육기금 징수 폐지’를 입장료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이미 그린피를 내려 추가로 인하 조치할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체육기금 재징수 검토

문체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체육기금 징수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받고 지난해 11월 뒤늦게 “체육기금을 폐지했으나 상당수 골프장에서 이용객에게 감면된 부가금액만큼 차감된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골프장 이용객에게 체육기금 폐지 사실을 널리 홍보하고 입장료에 국민체육기금이 제외된 사실을 알리도록 조치하라”고 국민체육진흥공단에 공문을 보냈다.

공단은 골프장에 입장료에서 체육기금이 제외된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려달라고 골프장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고 한국골프장경영협회도 부랴부랴 골프장에 협조 안내문을 보냈다.

이종인 문체부 체육정책과 사무관은 “체육기금을 받으려면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는 법률에 따라 공문으로만 징수 폐지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현재 체육기금 재징수와 조기 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