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실적발표를 앞두고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못할 것이란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지난 연말 랠리에 대한 피로감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9.11포인트( 1.09%) 하락한 1만6257.94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3.17포인트(1.26%) 떨어져 1819.20으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종합지수는 61.36포인트(1.47%) 낮은 4113.30으로 추락했다. 3대 지수 모두 최근 두 달 새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주가 급락은 본격적인 실적시즌을 앞두고 관망 심리가 짙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14일부터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를 시작으로 대형 은행들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인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성적표를 내놓는다. 상당수 기업들이 매출 증가가 아닌 비용 절감을 통해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우려가 높다.

이날 장중 미국 최대 요가용품 업체인 룰루레몬과 의류업체 익스프레스가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도 부담이 됐다. 미국 중앙은행(Fed) 내 비둘기파 인물로 꼽혔던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목표주가를 올린 덕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트위터는 1.3% 올랐다. 미국 주류 제조사 빔은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홀딩스가 160억 달러(한화 약 17조 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에 24.5% 치솟았다. 빔은 버번 브랜드 짐빔과 메이커스 마크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논란도 이어졌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이 고평가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며 "S&P500 지수의 기업 실적 대비 주가 수준(벨류에이션)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적인 증시 상승 여부는 기업의 이익 성장세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밥 돌 누빈 자산운용 수석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 증시 랠리는 정상이 아니었다" 며 "10% 조정이 나타나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 기업들이 개선된 실적을 내놓지 못한다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장 중 미국 연방정부의 지난해 12월 재정수지가 53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호재로 작용하진 못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