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시총 상위주의 선전에 힘입어 선방했다. 달러화 강세와 엔화약세에 따른 환율 부담이 완화되면서 숨통을 틔운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악재가 강도를 낮춘 만큼 지난해 선진국 증시의 상승 랠리 속에서 소외받은 코스피 매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달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유통, 여행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의 '사자' 덕분에 소폭 상승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했다. 전 거래일보다 2.85포인트(0.15%) 떨어진 1946.07로 장을 마쳤다.

1950선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미국과 일본 증시가 주저앉은 것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1.39% 뛰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1.75%, 0.18% 올라 모처럼 코스피를 받쳐줬다.

미국 증시는 실적발표를 앞두고 피로감이 짙어지며 두 달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일본 증시는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소식으로 급락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0.1% 내외 등락해 지수 흐름은 큰 의미가 없다" 며 "오히려 선진국 증시 하락 속에서도 '잘 버텼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봐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코스피 발목을 잡아온 환율 악재가 완화된 점이 선방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나란히 상승해 코스피는 196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환율은 1분기 중 여전히 불편한 변수" 라면서 "속도나 강도 측면에서 지금까지 투자자들을 위축시켰던 것 이상으로 악재가 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만 뒷받침된다면 코스피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 이라며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요국 증시 하락 속에서 코스피가 선방한 것은 환율 부담이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의미" 라면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돌아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환율 우려를 덜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설 명절을 맞아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주가 상승 재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 에서 설은 미국, 유럽 지역 대목인 연말 특수와 비견될 만하기 때문이다.

곽 연구원은 "이달엔 대외변수와 무관하게 설 명절과 관련해 움직일 업종을 눈여겨봐야 한다" 며 "유통주를 비롯해 여객·여행업종도 설 특수를 누릴 수 있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추천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