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매출 1조 클럽' 노린다…녹십자, 美·유럽 등 빅마켓에 집중수출
“올해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좋은 소식이 많을 겁니다.”

조순태 녹십자 사장(사진)은 지난 3년여간 공을 들여온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가 올해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 사장은 “면역결핍 치료제 ‘IVIG’의 미국 임상 3상 시험이 지난해 말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약 5조원 규모인 미국 면역결핍 치료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익률 높은 미국에 수출”

조 사장은 “지난해 국내와 브라질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비슷한 양의 IVIG를 각각 팔았는데, 국내에서는 200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린 반면 해외에서는 450억원을 거뒀을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마진이 좋다”며 “특히 민간보험 시장 중심인 미국은 국내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미 식품의약국(FDA)에 BLA(생물의약품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며, 충북 오창공장에도 600억원을 들여 미국 수출용 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녹십자는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F’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희귀병 치료제 ‘헌터라제’도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녹십자의 가격경쟁력과 제품력을 감안할 때 미국시장 직접 공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수출 2억달러, 매출 1조원 도전

녹십자는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에서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 세계에서 단 4곳만 갖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입찰 참여자격을 확보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25%에 달하는 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력 덕분이다. 새해 들어서도 지난 6일 WHO 산하기관 입찰에서 2300만달러 규모 독감백신과 400만달러 규모 면역글로블린 수출계약을 따냈다. 지난해 사상 처음 백신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수출 목표를 2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조 사장은 새해를 맞아 임직원들에게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1억4000만달러의 수출을 올렸는데 백신과 혈액제제 관련 매출이 1억달러를 차지했다”며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올해도 WHO 산하기관 수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제약사 최초의 1조원 매출 달성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추정치)은 8800억원으로 9300억원대를 기록한 1위 유한양행과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조 사장은 “국내 제약산업에서 아직도 매출 1조원짜리 기업이 없는 것은 아픈 대목”이라며 “매출 1조원, 연구개발 1000억원 제약사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올해 의욕적으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 혈액제제 ‘새 성장동력’

올해 중국녹십자에 거는 기대도 크다. 조 사장은 “알부민 같은 중국 혈액제제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다”며 “중국녹십자의 성장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수요 급증에 대비해 녹십자는 지난해 200억원을 들여 안후이성 공장 시설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그는 “혈액제제 원료인 혈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추가로 현지에 혈액원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녹십자의 현지 상장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향후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녹십자는 올해 지난해보다 100% 늘어난 6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