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서울선 '님비'에 고전…지방선 '러브콜'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인 ‘행복주택’(도심 국·공유지 등에 짓는 임대주택)이 지방 광역시와 중소도시로 확산될 전망이다. 우선 부산 서구와 동래역, 경기 포천 등지에 약 1900가구의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는 서울지역 행복주택시범구역 일대 주민 반발로 신규 공급이 어려움에 처하자, 지방에서는 사전신청을 받아 희망지역에 한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수요가 넘치는 수도권에서는 공급을 축소하고, 지방 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자칫 ‘실속 없는 숫자 맞추기’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부산·포천 등에 행복주택 1900가구

국토교통부는 작년 12월 발표한 행복주택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1차 행복주택 수요 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까지 3만7000가구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4일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2500가구, 부산 7656가구, 인천 1525가구, 대전 5570가구, 광주 2495가구 등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수원 등 5개 시가 4217가구의 수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제안한 사업 가운데 부산 서구와 동래역 철도부지, 경기 포천 군내면 미니복합타운 등 3곳에서 우선 행복주택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 서구에서는 도심 주거지 재생과 연계해 행복주택 약 1200가구를 공급한다. 이곳은 이른바 ‘도시재생형 행복주택’ 1호 지구가 될 전망이다. 부지 근처에 지하철 토성동역이 있고, 5㎞ 이내에 동아대 고신대 등 5개 대학(학생 수 6만명)이 자리잡고 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중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 동래역에서는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해 사회초년생과 대학생 등에게 행복주택 약 4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르면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포천 미니복합타운에는 행복주택 약 300가구가 공급된다. 이곳은 ‘산업단지형 행복주택’으로 지어질 계획이다. 부지 인근에 용정산업단지 등 3개 산업단지(근로자 9000명)와 대진대 등 3개 대학(학생 수 1만7000명)이 있다. 상반기 중 사업 승인을 받아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수도권 공급 확대가 더 시급”

국토부는 앞으로도 지방의 행복주택 수요를 계속 발굴해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행복주택 건설을 요청하면 수요와 시급성,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의 행복주택 사업이 주민 반발 등으로 가로막히자 지방에서 물량 늘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서울 목동 등 행복주택 지구 5곳에서 공급 가구 수를 50~62% 축소한다며 기존 7900가구 공급 계획을 3450가구로 대폭 줄인 바 있다.

청년주거복지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의 권지웅 위원장은 “수도권에서 행복주택 공급을 줄이는 건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가구 수’를 채우기 위해 쉽고 빠른 길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청년층의 주거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시간을 갖고 주민들을 설득해 수도권 젊은 층의 주거 부담 완화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정락/이현진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