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원곤 부장검사)는 각종 세금 수십억원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등)로 홍원식(64) 남양유업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 회장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수표와 차명주식 등으로 그림을 구입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주식거래를 하는 수법 등으로 증여세 26억원과 상속세 41억2천여만원, 양도소득세 6억5천여만원 등 모두 73억7천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 회장은 2007년 남양유업 창업주인 부친 홍두영(2010년 작고)씨로부터 52억원어치의 수표를 받은 뒤 거래처 사장 명의로 고가의 그림을 구입하고 세무서에는 증여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홍 회장은 앤디 워홀의 '재키'와 에드 루샤의 '산' 등 팝아트 작품을 각각 25억원과 15억원에 사들이며 그림을 재산 은닉 수단으로 활용했다. 홍 회장은 부친이 별세하자 직원 명의로 돼 있던 남양유업 주식 1만4천500주를 형제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물려받고서 배당금을 현금으로 꾸준히 챙겼다.

직원이나 거래처 명의의 증권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팔며 30억원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홍 회장이 차명주식을 사고 팔면서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등에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보고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서미갤러리 홍송원(61) 대표의 탈세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차명으로 앤디 워홀의 작품이 매매된 정황을 포착하고 홍 회장의 차명계좌와 주식을 추적해 왔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전체 발행주식 72만주의 27.5%에 해당하는 19만8천여주를 차명으로 소유하다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지난해 12월 모두 실명으로 전환했다.

검찰은 홍 회장이 탈루한 세금 역시 국세청 세무조사 등을 거치면서 대부분 납부한 점을 감안해 구속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차명계좌를 추적하던 중 김웅(61) 남양유업 대표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임원에게 급여를 주는 것처럼 꾸며 회삿돈 6억9천200여만원을 빼돌린 사실도 적발했다.

김 대표는 퇴직한 임원을 감사 등으로 선임해놓고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급여를 지급한 뒤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횡령한 돈은 대부분 홍 회장의 부친이 생활비와 교회 기부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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