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미래에셋·한국운용의 '반란'
매년 30% 이상 고성장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면서 삼성자산운용의 독주 체제를 흔드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ETF의 순자산액은 19조4217억원으로, 전년(14조7177억원) 대비 32.1% 증가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925억원으로, 전년(5442억원)보다 45.6% 급증했다.

ETF 종목 수는 한 해 전보다 16개 늘어난 146개로, 일본(147개)에 이어 아시아 2위다. ETF는 KOSPI200과 같은 특정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지수연동형 펀드로 일반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

ETF 시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2,3위 운용사들의 약진이다. 2012년 말 시장 점유율 17.6%였던 미래에셋운용은 1년 사이 23.3%로 확 늘었다. 순자산액은 2조5884억원에서 4조5244억원으로 74.8% 증가했다. 대표 상품인 ‘타이거200’에 1조7000억원의 자금이 쏠린 덕분이다. 이 ETF의 외국인 투자비중은 42.8%로 국내 상품 중 가장 높다.

서유석 ETF마케팅부문 총괄사장은 “시장 지수를 정확하게 추종한다는 점이 알려진 데다 연말 배당액을 높인 영향도 크다”며 “올해는 로볼 ETF와 같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섹터형 상품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3위 자리로 올라선 한국운용 역시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점유율을 5.7%에서 7.4%까지 끌어올렸다. 이 회사의 ETF 순자산액은 1조4407억원으로, 2012년 말(8446억원) 대비 70.6% 증가했다. ‘킨덱스200’ 자산만 1조555억원으로 삼성운용의 코덱스200(4조9955억원),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200(3조1976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1조원 고지를 밟았다.

심재환 ETF운용부문장은 “ETF전략팀을 신설해 대표 격인 킨덱스200을 활성화한 데 이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며 “국내 최초로 합성 ETF를 내놓은 것처럼 신규 상품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삼성운용의 점유율은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2012년 말 54.8%였지만 작년 말 49.9%가 됐다. 배재규 ETF운용본부장은 “경쟁사의 배당정책 등 때문에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들어 다시 점유율 50%를 넘어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우리자산운용의 순자산과 점유율도 감소했다. 순자산액은 1년간 374억원, 점유율은 1.8%포인트 줄었다.

한화자산운용 점유율 역시 4.7%에서 4.3%로 소폭 하락했다. 장승한 한화운용 ETF파트장은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투입하고 어떤 새 상품을 내놓느냐에 따라 3~7위 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시장”이라며 “올해는 세계 각 지역의 증시를 세분화해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