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성장사다리펀드 법인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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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증권부 기자 why@hankyung.com
“산하 조직 만들어서 자리 늘리겠다는 거 아니겠어요.”
금융위원회가 지난 8일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을 법인화하겠다고 발표하자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예상된 수순 아니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벤처·창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출범시킨 대표적 정책펀드다.
사실 사무국은 정책펀드라는 ‘상징성’에 비해 행색은 초라한 편이다. 정부출자액만 1조8500억원에 달하지만 관리 인력은 8명의 투자운영자문위원회와 행정인력 7명 등 15명이 전부다. 그나마 사무실도 서울 여의도 정책금융공사 한편을 빌려 쓰는 형편이다. 투자기간이 5~7년으로 긴 만큼 펀드 관리 업무만 따져도 지금 같은 조직으로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사무국 법인화를 놓고 금융위의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까칠한’ 비판까지 나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미 중소기업청이 산하기구인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비슷한 성격의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펀드 조성부터 중복 논란이 있었는데, 법인화 추진은 공무원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속내를 노골화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성장사다리펀드와 모태펀드의 정책기능은 진작부터 중복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모태펀드는 초기 창업 투자 비중이 높고 성장사다리펀드는 기업의 성장단계별 투자에 초점을 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펀드가 돈을 대주는 하위펀드 면면을 보면 대부분 겹쳐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명박 정부가 2011년 중소·벤처기업 투자재원은 중소기업모태펀드 출자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정권이 바뀐 후 양 갈래로 분산되고 말았다.
펀드 사무국이 법인화되면 조직 비대화는 다음 수순이다. 1조6000억원 규모 모태펀드를 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도 펀드관리, 위험분석 부문 등에서 43명이 일하고 있다.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도 펀드 규모를 볼 때 수십 명으로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허란 증권부 기자 why@hankyung.com
금융위원회가 지난 8일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을 법인화하겠다고 발표하자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예상된 수순 아니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벤처·창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출범시킨 대표적 정책펀드다.
사실 사무국은 정책펀드라는 ‘상징성’에 비해 행색은 초라한 편이다. 정부출자액만 1조8500억원에 달하지만 관리 인력은 8명의 투자운영자문위원회와 행정인력 7명 등 15명이 전부다. 그나마 사무실도 서울 여의도 정책금융공사 한편을 빌려 쓰는 형편이다. 투자기간이 5~7년으로 긴 만큼 펀드 관리 업무만 따져도 지금 같은 조직으로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사무국 법인화를 놓고 금융위의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까칠한’ 비판까지 나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미 중소기업청이 산하기구인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비슷한 성격의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펀드 조성부터 중복 논란이 있었는데, 법인화 추진은 공무원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속내를 노골화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성장사다리펀드와 모태펀드의 정책기능은 진작부터 중복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모태펀드는 초기 창업 투자 비중이 높고 성장사다리펀드는 기업의 성장단계별 투자에 초점을 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펀드가 돈을 대주는 하위펀드 면면을 보면 대부분 겹쳐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명박 정부가 2011년 중소·벤처기업 투자재원은 중소기업모태펀드 출자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정권이 바뀐 후 양 갈래로 분산되고 말았다.
펀드 사무국이 법인화되면 조직 비대화는 다음 수순이다. 1조6000억원 규모 모태펀드를 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도 펀드관리, 위험분석 부문 등에서 43명이 일하고 있다.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도 펀드 규모를 볼 때 수십 명으로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허란 증권부 기자 why@hankyung.com